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 과정에서 영국이 자국 기지 사용을 불허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인도양 차고스 제도 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영국이 허용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 두 나라 사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수립한 대이란 군사작전 계획에는 미·영 합동 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와 영국 글로스터셔 페어퍼드 공군기지가 포함됐으나, 영국 정부는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들어 초기에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일 밤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방어 목적'에 한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가 입장을 바꾸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영국 출신 인사 다수를 살해한 책임이 있다며 스타머 총리가 애초부터 기지 사용을 승인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팔과 다리가 없어지고, 얼굴이 날아간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건의 95%는 이란 소행이다. 이런 끔찍한 일들은 이란에 의해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한 협정에 대해서도 거듭 비판했다. 그는 "그 땅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이들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고스 제도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사이 인도양에 위치한 60여개 섬으로 구성된 군도다. 이란 남부 해안에서 약 3860㎞ 떨어져 있어 이란 탄도미사일 사거리 밖에 있지만, 미군 B-2 폭격기 작전 범위 안에는 포함된다.
영국은 1965년 당시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리했으며, 19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한 이후에도 이 지역을 영국령으로 유지해왔다. 지난해 5월 영국은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되, 디에고 가르시아 군사기지를 350억 파운드 비용으로 최소 99년간 재임대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스타머 총리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가 이란의 샤헤드 자폭 드론 공격을 받는 등 긴장도 고조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공습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우리의 결정에 이견을 표현했으나 무엇이 영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내 의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 하원 연설에서 "우리 모두는 이라크(전쟁)에서의 실수를 기억하며, 또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영국이 어떠한 행동을 할 때는 법적 근거, 실행 가능하고 충분히 숙고된 계획이 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는 공중(폭격)으로부터의 정권 교체를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2003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집권 당시 국민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을 명분으로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공에 나선 바 있다.
다만 그는 이후 입장을 바꿔 기지 사용을 허용한 배경에 대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보복하면서 중동 전역의 영국 국민이 위협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란의 터무니없는 대응이 우리 국민과 우리의 이익, 그리고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며,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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