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범죄는 국내와 해외에 걸쳐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통상 피해금을 수거하는 수거책, 수거금을 전달하는 전달책, 대포통장으로 입금하여 관리하는 자금세탁책, 그리고 대포통장을 관리하는 장집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스캠을 직접 지시하는 총책과 이를 수행하는 팀원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팀원들이 직접 피해자에 대한 기망행위에 가담한다.
문제는 보이스피싱이나 스캠사기 조직에 직접 관여되어 있지 않은 국내의 수거책, 전달책, 자금세탁책이다. 이들은 일반 직업구인 사이트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비대면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되어, 사업자등록증이나 홈페이지까지 확인한 후 범행에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조차 이것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일인지 모르고 가담한 경우가 많다.
과거 이들에 대한 처벌은 매우 강경했다. 모르고 그랬다고 한들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는 보이스피싱 홍보가 이렇게 많이 되고 있는데 물건을 전달하면서 받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을 의심하지 않았느냐며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해외에 있는 콜센터나 총책을 검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범죄에 연루된 자들을 처벌해야 피해자의 법감정에 부합하고 국민적 공분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 대상에는 경찰 준비생, 취업 준비생, 기초생활수급자 등 당장 돈이 필요하여 직업구인 사이트를 헤매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경찰이 집에 찾아와도 오히려 보이스피싱이 아니냐고 역으로 신고할 만큼 범행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종전의 수사 방식대로 물건을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해도 전달하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지 않았느냐, 비대면으로 면접보고 취업된 것이 말이 되느냐, 심지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어도 왜 의심하지 못하였느냐고 추궁하며, 결국 법원에 기소한다.
법원에 기소가 되면, 피해자들은 모두 배상명령 신청을 통해 피해금 회복을 시도하고, 법원 역시 이들의 무죄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금세탁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법 도박자금인 줄 알고 수억 원을 코인으로 송금한 한 피의자는, 해당 자금이 보이스피싱 자금으로 판명나자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결국 불법인 것을 알지 않았느냐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구치소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이 아니라며 자신을 속였던 자들임을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한다. 즉, 피의자들끼리도 속고 속이는 범죄가 바로 스캠사기인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쉽게 스캠사기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정말 몰랐다고 하면 구제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법리에 있다.
대법원은 공모에 대해 “일정한 정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범죄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면 족하고, 전체 모의가 없어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의사가 결합되면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달하는 당시나 수거하는 당시 이상한 점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면, 보이스피싱이나 스캠사기의 공범으로 인정될 수 있다. 본질적 행위지배가 없더라도 방조의 혐의가 남아 무혐의나 무죄를 받기는 가히 어렵다.
스캠사기는 단순한 사기 범죄가 아니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범행에 가담하는 피의자들까지 속이는, 철저히 계획된 복합적 범죄이다. 자신이 범죄에 연루된지도 모른 채 형사처벌을 받는 국내 관여자들의 상황은, 이 범죄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고의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자들을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의 처벌 체계는 조직의 말단에서 기만적으로 동원된 사람들까지 동일한 잣대로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해외 총책과 조직 핵심부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말단 관여자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와 인식 여부에 따른 처벌의 비례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획일적으로 유죄를 추정하기보다는, 실제로 범행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수사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고, 합법적인 직업으로 믿어 일한 사람에게까지 ‘의심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은, 사법정의의 관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
스캠사기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맞서야 할 범죄이다. 피해자 보호와 엄정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조직에 이용당한 사람들에 대한 공정한 처우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정의는 모든 관여자의 책임을 정확히 구분하고, 그에 비례하는 처벌을 부과할 때 실현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