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 관계 급랭…행정 보복에 공개 비난까지

  • 예멘·수단 내전 '대리전' 계기…외교 노선 차이로 갈등 심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동 지역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근 UAE를 상대로 사실상의 '행정 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국경에서 UAE 물류 차량의 통관이 지연되고, 현지 파견 직원들의 비자 발급이 늦어지는 등 기업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UAE 기업들은 이달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대규모 방산 박람회에서 철수했으며, 경영진들도 양국 관계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십 년간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양국에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산유국 협력체인 걸프협력회의(GCC)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핵심 회원국으로, 양국 간 연간 교역 규모는 약 31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에도 정치·군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관계 악화의 분기점은 2023년 수단 내전이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단 정부군을 지원한 반면, UAE는 반군인 신속지원군(RSF)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했다. 예멘에서도 사우디는 정부군을, UAE는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 과도위원회(STC)를 각각 지원하며 입장 차를 드러냈다.

이같은 갈등은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서 UAE산 무기를 실은 차량을 폭격하고 UAE를 '국가안보 위협'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외교 노선의 차이를 지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UAE가 소말리아·수단·예멘 등에서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UAE는 명목상의 정부보다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세력과 동맹을 맺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양국 간 자존심 경쟁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GCC 국가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스스로를 걸프 지역의 '맏형'으로 인식해왔다. 지난해 사우디 왕실 측 논평가가 UAE를 "반항적인 어린 동생"으로 묘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군사 역량에서 사우디에 뒤지지 않는 UAE는 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더 이상 외교 정책에서 사우디의 방향을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영 선전 매체를 통한 공개 비난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우디 측은 UAE가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는 꼭두각시'라 비난하고, UAE 측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슬람주의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맞섰다. 

과거 걸프 지역에서는 동맹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행위가 경찰 조사 대상이 될 만큼 금기시됐지만, 최근에는 양국 정부가 오히려 이러한 비방을 묵인하거나 부추기는 양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전면적인 단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럼에도 사소한 분쟁조차 중동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 분쟁을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걸프 지역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동맹국과의 사적인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실제 중재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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