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들, 美에 "이란 공격 말라" 로비…러시아도 "파괴적 간섭" 반발

  • WSJ 보도…"이란 정권 붕괴 땐 유가 불안·미 경제 타격"

  • 러 "중동과 국제 안보에 재앙적 결과 초래한다는 것 명심해야"

이란 시위대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이란 시위대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동 내 이란의 라이벌인 일부 아랍 국가들조차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며 외교적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랍 국가들의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러시아도 이란 내 사태를 ‘외부 개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라이벌인 일부 아랍 국가들이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테헤란 공격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카타르 정부는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석유 시장을 뒤흔들고, 결국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백악관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미군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항행에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대다수 걸프국은 경제적 충격뿐 아니라, 이란 정권 붕괴 이후 자국 내 정치적 후폭풍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자국 내 시위를 촉발하고, 과거 시위대 탄압의 역사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실제로 사우디는 자국 언론에 이란 반정부 시위 사태와 관련한 보도와 지지 표명을 제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는 향후 군사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며, 이란 공습을 위한 미군의 영공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란 정부를 안심시키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에서 주사우디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래트니는 "사우디는 이란 정권을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동시에 불안정을 극도로 싫어한다"며 "(이란) 체제 교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그들이 결코 원하지 않는 순간에 어마어마한 불확실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걸프국들은 이란 신정 체제를 이끄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실각할 경우 누가 새 정권을 장악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래트니 전 대사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처럼 (하메네이와) 비슷하거나 더 나쁜 누군가가 집권할 수도 있다"며 "현 이란 정권이 사라진다면 혼돈과 분열, 지역주의가 일어날 수 있다. 매우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중동 지역의 안정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우선 과제라고 사우디의 한 관리는 밝혔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는 경제·사회 개발계획 '비전 2030' 역시 이란 사태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사우디 측은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제문제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부연구위원은 아랍 걸프국들로서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종식되고, 국내 협상을 통해 일부 개혁이 이뤄지며, 미국의 협상으로 전반적인 긴장이 진정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이웃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러한 걸프국들의 대미 로비 움직임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아랍 측 관리들이 WSJ에 전했다.

이란 사태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은 중동 역내를 넘어 강대국 간 대치 구도로까지 번지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이란 내부 정치 과정에 대한 외부의 파괴적 간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 영토에 새로운 군사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그러한 행동이 중동과 국제 안보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발전을 저해하고 경제·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은 서방의 불법 제재 때문이라면서 "적대적인 외부 세력이 대중의 긴장이 커지는 상황을 이용해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파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도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하면서 이란 내 시위를 "외세의 내정 간섭 시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국가안보회의는 성명에서 쇼이구 서기가 대규모 사망자 발생에 애도를 표하며 "최근 외세의 또 다른 이란 내정 간섭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경제난 항의 시위로 촉발된 뒤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란 상황에 대해 러시아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가안보회의는 "양측은 안전 보장을 위해 접촉과 입장 조율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며 특히 지난해 1월 러시아와 이란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조약을 기반으로 양국 간 협력을 발전시킬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군사 분야를 포함해 양국 관계를 긴밀히 강화해 왔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정을 간섭하기 위해 폭력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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