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아시아의 쾌거, 아시아 청년의 분발 — 미우라·기하라의 금메달이 남긴 과제

미우라위쪽와 기하라 조의 연기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미우라 리쿠(위쪽)와 기하라 류이치 조의 연기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올림픽은 기록의 경쟁이기 이전에 정신의 축제다. 

공정과 정의, 인류의 화합이라는 가치는 여전히 그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러나 냉정히 돌아보면 동계 종목과 수영, 육상 등 전통의 메이저 종목에서 서구의 강세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자본과 인프라, 역사적 축적의 차이가 만든 현실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페어에서 일본의 미우라 리쿠·기하라 류이치 조가 프리스케이팅 완성도를 극대화하며 역전 우승을 이룬 장면은 단순한 금메달을 넘어선 상징성을 지닌다. 불모지로 여겨졌던 종목에서 아시아가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기회의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연기를 마친 뒤 감격스러워하는 미우라 리쿠왼쪽와 기하라 류이치 사진EPA·연합뉴스
연기를 마친 뒤 감격스러워하는 미우라 리쿠(왼쪽)와 기하라 류이치 [사진=EPA·연합뉴스]


미우라·기하라 조의 우승은 기술적 완성도와 경기 운영의 성숙이 결합된 결과였다. 쇼트프로그램의 실수를 딛고 프리스케이팅에서 집중력을 끌어올려 경쟁자를 압도한 역전극은 스포츠의 본질을 보여 준다. 승부는 단번에 갈리지 않는다. 실수 이후의 태도, 압박 속에서의 판단, 마지막 순간까지의 집중이 결과를 바꾼다. 이 장면은 아시아 스포츠가 더 이상 주변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그동안 동계 스포츠는 지리적·기후적 조건과 오랜 투자 축적을 가진 국가들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계 종목에서도 육상과 수영은 오랫동안 서구의 텃밭으로 남았다. 그러나 세계화와 과학 훈련, 데이터 기반 코칭이 확산되면서 격차의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이번 일본의 페어 금메달은 그 문을 한층 더 밀어 올린 사례다. 아시아가 체력과 기술, 조직력에서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증거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일이다. 아시아의 청년들이 하계와 동계를 가리지 않고, 축구와 농구는 물론 육상과 수영, 체조와 빙상까지 전 종목에서 당당히 경쟁하려면 국가와 사회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단기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세대에 걸친 투자다. 학교 체육의 정상화, 지역 클럽의 저변 확대, 과학적 훈련 시스템의 정착, 공정한 선발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메달은 결과일 뿐, 과정의 정직함이 먼저다.

올림픽 정신은 승리만을 찬양하지 않는다. 공정한 규칙, 상대에 대한 존중,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아시아가 진정한 스포츠 강자로 도약하려면 기술과 체력만이 아니라 이러한 가치의 내면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반칙과 편법,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은 결국 신뢰를 훼손한다. 스포츠는 국가 이미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공정과 정의 위에 선 성취만이 오래 간다.

스포츠는 청년의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단련한다. 승부의 압박을 견디는 인내, 팀을 위한 헌신, 패배 속에서 배우는 겸손은 사회 전반의 역량으로 확장된다. 산업과 과학, 문화가 경쟁하는 시대에도 스포츠는 여전히 인간의 기본기를 묻는다. 체력과 절제, 도전과 연대는 어떤 분야에서도 통한다. 아시아가 다음 세대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체육을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일본의 페어 금메달은 한 나라의 영광이자 아시아 전체의 가능성이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와 남아시아의 젊은이들이 그 장면을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성과다. 국경은 다르지만, 아시아라는 공동의 무대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경쟁은 치열하되 존중은 잃지 않는 태도, 승패를 넘어 배우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아시아 스포츠의 지형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이에게 온다. 이제 아시아의 청년들은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지역 체육관에서, 빙판과 트랙에서 흘린 땀이 미래를 만든다. 국가와 사회는 그 노력을 뒷받침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 투자와 공정한 시스템, 과학적 지원이 결합될 때 아시아의 쾌거는 일회성 뉴스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된다.

미우라·기하라의 역전 우승은 끝이 아니라 출발이다. 아시아가 스포츠에서 더 이상 변방이 아님을 증명한 사건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발이다. 공정과 정의를 지키며 세계와 어우러지는 길, 그 길 위에 아시아 청년들의 미래가 놓여 있다. 

스포츠는 힘이다. 그 힘을 기르는 일에, 우리는 더 진지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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