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마케팅이 아니라 최소 1년 이상의 중장기 파트너십으로 K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판매 기간을 늘리고, 협업 제품 수를 확대하며, 아예 합작 법인까지 세운다. 콘텐츠는 이제 판촉 수단이 아니라 매출과 수출을 책임지는 사업 자산이 됐다.
이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동원F&B와 방탄소년단 진의 협업이다. 동원은 BTS 진이라는 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7월 브랜드 모델로 발탁한 이후 출시한 ‘슈퍼참치 선물세트’는 사전판매 개시 40초 만에 완판됐다. 이 제품은 설 명절용으로 재출시됐고, 지난해 12월에는 1만 개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성과는 숫자로 이어졌다. 진과의 협업 이후 동원참치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고, 하반기 해외 현지 매출도 15% 이상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BTS 효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기업이 선택한 것은 BTS 진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였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콘텐츠에서도 확인된다. 농심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라면은 국내 판매가 종료된 뒤에도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당초 판매 기한을 정해두었지만, 반응이 이어지자 종료 시점을 없앴다. 증권가는 이 제품이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바게뜨 역시 케데헌 협업 빵을 한시 상품이 아닌 연중 판매 제품으로 전환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협업의 깊이다.
이제 식품업계는 특정 콘텐츠 하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IP를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하기 시작했다. hy는 하이브 지분을 일부 취득하고 합작 법인을 세웠다. BTS뿐 아니라 르세라핌, TXT 등 하이브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커피·음료 등 제품군을 넓히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콘텐츠가 비용이 아니라 장기 수익을 만드는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McDonald's가 BTS와 협업한 ‘BTS Meal’을 단발 이벤트가 아닌 글로벌 전략으로 활용했다. 단순한 메뉴 출시를 넘어, 매장 방문객 증가와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라는 장기 효과를 남겼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캐릭터 IP를 활용한 식품 협업이 상시 상품으로 정착돼 있다. 특정 작품이 끝나도 캐릭터는 상품으로 남고, 소비는 반복된다.
이 해외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신뢰받는 콘텐츠만이 일상 소비재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은 일상 소비재다. 가격과 습관에 민감하고, 반복 구매가 핵심이다. 이런 상품에 붙은 콘텐츠가 힘을 가지려면, 단발성 화제나 자극으로는 부족하다. 신뢰와 지속성이 전제돼야 한다.
BTS 진의 사례는 이 조건을 충족한다.
진은 여러 인터뷰에서 춤이 쉽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아이돌에게 불리할 수 있는 약점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핑계로 삼지 않았다. 대신 연습으로 메웠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룹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태도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팬들은 완벽함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자세를 기억한다.
이 신뢰는 소비로 이어진다. 팬 투표에서 반복적으로 상위권을 지키고, 개인 활동 이후에도 지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참치를 고르는 순간에도 그 선택이 낯설지 않다. 소비자는 상품을 사면서 동시에 그 인물이 보여준 태도와 관계를 함께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는 소비로 끝나지 않는다.
매출 증가는 생산을 늘리고, 생산은 고용으로 이어진다. 고용이 늘면 임금과 복지도 함께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문화 협업의 성과는 광고비 회수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근로자와 지역 경제에도 간접적으로 파급된다. 문화가 실물 경제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더 나아가 이는 국가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참치와 라면을 고르는 이유는 맛과 가격만이 아니다. 그 뒤에 있는 이야기, 즉 한국 콘텐츠가 쌓아온 신뢰와 호감이 함께 작동한다. 국가는 이제 외교 문서가 아니라,
일상의 소비를 통해 체감된다.
그래서 ‘K팝이 K푸드를 키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한 장면을 설명하는 현실적인 문장이다.
문화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 생산과 고용, 성장과 국가 이미지를 함께 끌어올리는 산업 자산이 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