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합당은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다. 노선과 가치, 정체성을 다시 규정하는 중대한 정치적 선택이다. 특히 통합 강령 채택, 지도체제 개편, 당헌·당규 조정까지 담긴 문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고위원들조차 언론 보도를 통해 존재를 알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도부가 “실행된 적 없는 검토 문건”이라고 해명하더라도, 당내 신뢰가 흔들린 이유는 그 설명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다. 합당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와 방향, 그리고 그에 따르는 정치적 비용을 당원과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먼저다. 내부 의견 수렴 없이 지도부 중심으로 추진되는 듯한 인상은 합당의 명분을 스스로 약화시킨다. 정당 민주주의를 중시해 온 민주당이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계파 갈등으로 축소해서도 곤란하다.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는 데만 집중한다면 본질은 가려진다. 왜 이런 민감한 내용이 대외비로 정리됐는지, 어떤 문제의식에서 작성됐는지, 그리고 당내 공식 논의 구조는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책임의 방향 역시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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