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합당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절차와 책임이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을 담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외비 문건이 공개되면서 여당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합당의 당위성 이전에 논의 과정과 절차를 둘러싼 불신이 먼저 폭발한 모습이다. 반청 진영은 “밀약의 증거”라며 문건 공개와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지도부는 “논의된 바 없는 문건”이라며 유출 경위 조사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쟁점의 핵심은 유출 그 자체가 아니라, 왜 이런 문건이 당내의 충분한 공유와 공식 논의 없이 작성됐느냐는 데 있다.

정당의 합당은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다. 노선과 가치, 정체성을 다시 규정하는 중대한 정치적 선택이다. 특히 통합 강령 채택, 지도체제 개편, 당헌·당규 조정까지 담긴 문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고위원들조차 언론 보도를 통해 존재를 알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도부가 “실행된 적 없는 검토 문건”이라고 해명하더라도, 당내 신뢰가 흔들린 이유는 그 설명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다. 합당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와 방향, 그리고 그에 따르는 정치적 비용을 당원과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먼저다. 내부 의견 수렴 없이 지도부 중심으로 추진되는 듯한 인상은 합당의 명분을 스스로 약화시킨다. 정당 민주주의를 중시해 온 민주당이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계파 갈등으로 축소해서도 곤란하다.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는 데만 집중한다면 본질은 가려진다. 왜 이런 민감한 내용이 대외비로 정리됐는지, 어떤 문제의식에서 작성됐는지, 그리고 당내 공식 논의 구조는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책임의 방향 역시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합당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절차가 설득력을 잃으면 어떤 통합도 분열로 귀결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으로 통합과 확장을 말하려 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문건을 둘러싼 공방이 아니라 당내 민주적 논의의 복원이다.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의 정치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여론 조사 결과 기반해 의견 말하는 이언주 최고위원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과 관련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반대 의견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2626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여론 조사 결과 기반해 의견 말하는 이언주 최고위원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과 관련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반대 의견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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