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인류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딘 스피어스·마이클 제루소 지음, 노승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는 <인구론>에서 인구 증가는 미래 사회에 질병, 기근 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인구론>을 낸 1798년에는 세계 인구가 약 10억명이었다. 현재 세계 인구는 2022년 80억명을 인류 사상 최초로 돌파한 후 오름세다. 그렇다면 지구가 점점 더 살기 안 좋아진 것일까. 

책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아니다'고 단언하다.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라면 세계 인구가 조만간 쪼그라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구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인구 감소는 '인류 전체의 문제'라며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 가운데 "지금까지는 주요 성공 사례나 본받을 모델이 하나도 없다"(11쪽)고 지적한다.  

책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원제는 <애프터 더 스파이크(After the Spike)>다. 저자들은 세계 인구는 정점(spike)을 향해 가고 있으며 조만간 계단식 감소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구 대국인 인도와 중국 마저 출산율이 2(여성 1인당 자녀 2 출산) 이하인 현재 상황을 타개하지 않는 한 인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1950년 이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유아 및 아동 사망률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아동 사망률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없는 현재, 인구 증가는 불가능하다. 

저자들은 '인간 긍정론'을 펼치며 인구가 많을 수록 인류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여러 경제학자의 이론을 인용해 사람이 많아질수록 아이디어가 많이 창출되고 삶이 더욱 개선된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년간 인구의 대규모 증가가 기술 개발로 이어진 것이란 설명이다. 

더구나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도시에서 거주하려 것 역시 인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맛있는 시오라멘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시오라멘 맛집이 있듯이 고임금 일자리, 공원, 박물관, 전문 의료인 등은 도시에 모여 있다. 여러 사람과 살 수 있는 도시의 삶을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이유다. 이는 인구 감소 속에서도 서울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배경을 설명한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은 사람이 많은 서울로 자꾸만 모여들 수밖에 없다. 

다만 저자들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창의성을 대신해 진보를 계속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AI의 영향이 불확실한 만큼 인구 감소에 대처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저자들은 세계 각국 정부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행한 정책들이 효과가 없었다고 분석한다. 1994년 체외수정 시술을 무료화한 이스라엘에서는 여성들의 결혼 시기가 늦어졌을 뿐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낙태금지도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24개 선진국 가운데 낙태가 법적으로 제한된 한국의 출산율이 낙태가 합법이었던 나라보다 가장 낮았다. 유급 육아휴직과 보육료 지원, 아동 의료 무료 등을 지원하는 스웨덴 역시 출산율이 2로 올라가지 못했다. 

저자들은 인류 전체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은 '기회비용'에 있다고 본다. 체외수정, 분유, 세탁기 등 기술 발전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게 훨씬 수월해졌지만 세상이 더 나아진 만큼 자녀 양육 대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수십 년에나 수백 년 전에는 자녀에게 시간을 써도 잃을 게 적었다. 반면에 오늘날 육아의 기회비용으로는 휴가, 외식, 배우자와 보내는 오붓한 시간, 좋은 노래나 영화를 듣고 보기,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멍 때리기 등이 있다. (중략) 일과 진로의 기회가 확대되면서 직장에서 포기해야 할 것도 훨씬 많아졌다. 여성은 더더욱 잃을 것이 많다."(312쪽) 
 
저자들은 특히 한국의 높은 성불평등을 지적하며 공정성을 강조한다. 한국 여성의 출산과 양육 부담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달리 크다는 것이다. 출산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 점도 애를 안 낳는 이유 중 하나지만 출산으로 인해 감수해야 할 손실과 불이익이 큰 사회에서는 출산율을 결코 끌어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