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대한 인식의 전환, 이른바 ‘BTS 공식’이 완성된 궤적은 팬데믹 이후 공연 산업이 다시 호흡하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시작은 2021년 11월, 미국 LA 인근 잉글우드 소파이(SoFi) 스타디움이었다. 당시 11월과 12월에 걸쳐 4회 진행된 이 공연은 공식적으로 “2년 만의 오프라인 콘서트”로 명명됐다. 전 세계가 멈춰 섰던 시기, 전석 매진과 초과 수요로 인한 재판매 이슈는 온라인에 갇혀 있던 팬덤이 다시 물리적 공간으로 결집할 수 있음을, 그리고 ‘티켓’이 곧 국경을 넘는 ‘이동’으로 번역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신호탄이었다.
이 흐름은 2022년 3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주경기장)으로 이어졌다. 당시 방역 지침에 따라 회당 1만 5000명이라는 인원 제한이 있었음에도, 사흘간 총 4만5000명을 동원하며 공연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도시의 시스템을 가동하는 엔진임을 확인시켰다. 결정타는 같은 해 4월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Allegiant) 스타디움이었다. 회당 5만 명 규모로 4회 공연이 이어진 이 무대는, K-팝이 더 이상 해외 페스티벌의 초청을 기다리는 변방의 장르가 아니라 자력으로 도시의 숙박과 교통, 소비를 흔드는 ‘자생적 슈퍼 IP’임을 각인시켰다.
이미 2019년 런던 웸블리(Wembley) 스타디움에서 예매 개시 후 단시간 내 매진을 기록했던 저력은, 팬데믹을 거치며 ‘일회성 성과’가 아닌 반복 가능한 시스템—곧 ‘스타디움 이코노미’—으로 굳어졌다.
360도 무대는 단순한 객석 확장의 기술적 시도가 아니다. ‘앞’을 전제하는 기존 콘서트의 문법을 지우고, 스타디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공명(共鳴)의 장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관객을 일방적으로 응시하는 ‘시선의 권력’을 내려놓고, 관객이 아티스트를 360도로 감싸 안으며 공간을 완성한다. 스타디움의 중력 자체가 바뀌는 셈이다.
이러한 ‘공간의 정치학’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에서 한층 더 확장된다. 서울시는 지난 1월 22일 광화문광장 자문단 회의를 통해 BTS 공연에 대해 조건부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현재 3월 21일 전후 개최와 전 세계 생중계가 추진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종 허가를 위한 안전관리계획과 교통·혼잡 대책 등에 대한 실무 검토가 진행 중이다. 성사된다면 이는 엔터테인먼트가 ‘국가적 이벤트’로 치환되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BTS가 새로 쓴 공식은 분명하다. 팬데믹 이후 대면 공연의 회복, 글로벌 스타디움 공연의 반복 가능성, 360도 무대와 같은 공간 장악력의 혁신, 그리고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장소를 통한 국가 브랜드화다.
문제는 이 화려한 공식의 다음 페이지다. BTS는 길을 열었고, 스타디움의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들이 높여놓은 눈높이는 후발 주자들과 우리 산업 시스템에 거대한 숙제를 던졌다. 아티스트의 역량은 천장을 뚫었는데, 이를 뒷받침할 도시의 인프라와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당장 광화문과 고양에 몰려들 대규모 인파와 글로벌 관광객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교통과 안전, 숙박, 그리고 고질적인 바가지요금 근절과 같은 관광 수용 태세는 얼마나 촘촘히 설계돼 있는가. 서울시가 조건부 검토 과정에서 안전과 교통, 상권 점검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리랑’은 공연의 제목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일지 모른다. 스타디움이 K-팝의 상수가 된 시대, 이 벅찬 공식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안착시키는 일은 이제 무대 위의 아티스트가 아니라 무대 밖의 시스템이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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