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의 시작과 끝 모두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을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공격하면서도 왜 지금 전쟁이어야 했는지, 어디까지가 목표인지, 언제 끝낼 것인지에 대해 일관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쟁은 단호하게 시작됐지만, 전략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시장은 그 공백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1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단기적으로 120달러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수급이다. 유조선이 멈추고 저장시설이 포화에 이르며 산유국들이 생산을 줄이기 시작하면, 충격은 훨씬 길고 깊어진다.
에너지 충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유가 상승은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식량 가격 급등으로 연결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급성 식량위기 인구가 4천500만 명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식량 불안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쟁은 유가 차트에서 시작해 식탁으로 번진다.
선진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면서 국채금리와 함께 모기지 금리가 다시 6%대로 올라섰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에너지 가격과 금리 부담이 겹치며 경기 둔화 압력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올리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형적인 ‘나쁜 조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존스법 유예,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러시아산 원유 일부 허용, 비축유 방출 등 대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만든 가격을 행정조치로 누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지속되는 한, 시장은 정책보다 리스크를 먼저 반영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내부에서도 전쟁의 명분과 정보 판단을 둘러싼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당국과 정치권 사이에서 ‘임박한 위협’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전쟁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명확한 목표 없이 시작된 전쟁은 동맹의 신뢰도, 시장의 신뢰도 얻기 어렵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것은 단순한 중동 전쟁이 아니다. 에너지, 물가, 금리, 식량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다. 블랙스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위험이 겹쳐지는 퍼펙트스톰에 가깝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자본이 빠져나가며, 그 충격은 가장 취약한 신흥국부터 무너뜨린다.
전쟁은 대통령의 결단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파장은 더 이상 정치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시장과 물가, 그리고 사람들의 삶으로 확산된다. 지금 세계가 묻는 것은 단 하나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아직 그 답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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