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시진핑의 군부 칼날, 반부패를 넘어 권력 구조를 재설계하다(1)

 

지난해 3월 5일 수요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여우샤張又俠 부주석 사진AP
지난해 3월 5일 수요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여우샤(張又俠) 부주석 [사진=AP]


2026년 1월 24일 베이징발 군 관련 발표는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라, 중국 권력 구조의 심부를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인민해방군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여우샤와 합동참모부 참모장 류전리에 대한 ‘중대한 기율 위반 및 법 위반’ 조사 착수는, 직위의 무게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 군 지휘 체계의 정점에 가까운 두 축을 동시에 건드린 조치다.

이는 통상적인 부패 척결 뉴스의 범주를 넘어선다. 글로벌 안보 질서와 중국 내부 정치의 힘의 흐름을 함께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뉴욕과 런던, 도쿄의 외교·안보 라인에서 즉각 반응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군은 단순한 국가 조직이 아니라, 공산당 통치의 최후 보증 장치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치의 기본 원리는 오래전부터 분명했다. “당이 총을 지휘한다.” 문제는 이 원칙이 언제나 선언만큼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오 시기부터 군은 혁명 공신 집단, 지역 파벌, 인맥 네트워크가 중첩된 거대한 권력 생태계였다.

덩샤오핑 이후 개혁·개방 시대에도 군은 경제 이권, 방산 조달, 인사 네트워크를 통해 독자적 공간을 유지해 왔다.

시진핑 집권 이후 10여 년간 이어진 반부패 캠페인은 바로 이 공간을 해체하는 과정이었다. 쉬차이허우, 궈보슝 등 전직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낙마는 신호탄이었고, 로켓군 수뇌부와 장비 부문, 정치공작 라인으로 이어진 숙청은 군이 더 이상 성역이 아님을 각인시켰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이면서도 동시에 상징적 정점에 가깝다. “이 선 위에는 아무도 없다”는 메시지를 최고위에 적용한 셈이다.

월가와 워싱턴의 전략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도덕적 명분이 아니라 구조적 효과다.

군 조직에서 신뢰와 연속성은 핵심 자산이다. 최고 지휘 라인이 흔들리면 단기적으로 의사결정은 경직되고, 중간 간부층은 소극적 태도로 돌아서기 쉽다. 방산 조달, 신형 전력 체계 배치, 합동작전 훈련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이른바 ‘결재 공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상층부를 도려낸다는 것은, 시 지도부가 단기 효율보다 장기 통제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 현대화 목표, 대만 문제,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중대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지휘 체계를 한 손에 쥐려는 계산이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적 충성과 전투력 강화 사이의 긴장은 여기서 분명히 드러난다. 외부에서는 “충성 우선이 전문성 약화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베이징의 시각은 다르다. 부패와 이권, 파벌이 얽힌 구조에서는 아무리 무기 체계가 현대화돼도 실제 전투력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반부패는 도덕 담론이 아니라 전투력 재건 논리와 직결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군 내부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군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키운다는 점이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이 이미 국제 긴장의 핵심 변수인 상황에서, 지휘 라인의 교체는 주변국들의 전략 계산에도 영향을 준다. 내부 정비가 끝난 뒤 더 공세적 행보로 이어질지, 아니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오히려 중앙 통제 아래 절제된 움직임을 보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개인 비리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대 교체와도 맞물려 있다. 혁명 원로 가문, 이른바 ‘홍얼다이’ 군 엘리트의 시대가 저물고, 개인적 충성 네트워크 중심의 구조가 강화되는 흐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중국 정치 전반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집단지도 체제의 흔적은 약해지고, 핵심 권력의 집중도는 높아졌다. 군은 그 최후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 사이 “시진핑 실각설”, “군부 반란설”, “권력 붕괴 임박” 같은 자극적 제목이 확인 절차 없이 유통됐다. 중국 내부 정보 접근이 제한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추정과 소문을 사실처럼 단정하는 보도는 독자를 오도한다. 권력 구조 재편을 곧바로 권력 붕괴로 등치시키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희망 섞인 추측에 가깝다.

국제 정세를 다루는 보도일수록 기본 원칙은 단순하다. 확인된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태도다.

이번 군부 조치 역시 마찬가지다. 공식 발표라는 팩트 위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뿐, 섣부른 결론은 위험하다.

중국 군부 숙청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군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지도부는 ‘흠 없는 군대’를 정치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어떤 권력도 통제 강화만으로 안정이 영속되지는 않는다. 제도화된 규칙, 예측 가능한 절차, 법과 기율의 일관된 적용이 병행될 때 조직은 지속성을 갖는다. 중국이 이 균형을 어디까지 맞출 수 있을지, 세계는 주시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그 시험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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