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연초는 항상 분주하다. 나라 안팎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국제 정치는 강자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긴장감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현상이 반복된다. 경제는 온통 AI로 도배를 하고 인식형 혹은 생성형 AI를 넘어서 피지컬 혹은 시스템 AI로 빠르게 진화한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가지거나 가지지 못한 국가와 개인 간의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증폭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의 명암이 엇갈린다. 모두가 대전환의 시기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언제 전환을 강조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때로는 위기를 침소봉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은 익숙해진 경험을 통해 미래를 진단하고 현명하다면 예측불허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
작년 6월 초에 출범한 정부도 이제 해를 넘어 더는 밀월도 없다. 이제 본격적인 국민의 냉엄한 심판대에 올라서고 있다. 엊그제 발표된 전년도 경제성적표를 보면 매우 참담하다. 현 정부도 이 결과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간신히 1% 성장 턱걸이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0.4%에 그친다. 특히 4분기 성장률은 –0.3%에 그쳐 올해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높다. 코스피 5000 성취가 무색할 정도로 곳곳에 먹구름이 자욱하다. 정부도 위기를 실감하고 연초부터 실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2% 성장 목표를 천명, 반대 진영의 논리나 주장도 수용할 태세도 보인다. 외교 노선이나 원전 등에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여당 내 강경파의 반대 목소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2% 달성을 실현하려면 대전환에 맞게 획기적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성장 패러다임 시프트를 위한 5대 대전환 기조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험난한 여정을 각오해야 한다. 구호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출이 버텨준다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수출 품목 경쟁력을 보면 위태롭기 그지없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시장에서마저 중국 상품 공세로 시장 기반이 크게 흔들린다. 수출이 내수를 떠받치는 공식도 깨졌다. 수출로 기업이 돈을 벌면 국내 투자로 돈이 선순환되어야 하는데 기업이 해외로만 돌면서 설비투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다 보니 부족한 내수 곳간이 채워질 리가 만무하다.
미·중 격돌 중에도 미들 파워 위치 활용해야
지방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5극 3특’으로의 회귀는 불가피하다. 여야 관계없이 정치적 이해타산만 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경쟁력을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단순 제조업뿐만 아니라 관광 등과 같은 지방 서비스 산업의 재건에도 관심을 모아야 한다. 관(官) 혹은 정치 주도가 아닌 시민 기술, 즉 민간 주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 말은 화려하다. 그러나 집권 세력은 지금까지도 노동자와 기업, 빈자와 부자를 갈라치면서 전자에 후했다. 그리고 쥐꼬리만 한 힘이라도 가진 자의 부도덕과 무능함에 대해 외면했다. 노동과 공공 부문의 개혁 없이는 규제 탈피와 회복 방정식을 만들어낼 수 없다.
미국의 우선주의와 중국의 패권 도전으로 세계는 두 개의 블록으로 쪼개지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 간의 이합집산이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격변기에는 자기의 실력을 키우는 自强, 즉 한국으로서의 미들 파워 국가로의 위치를 견고히 유지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 원칙과 노선은 선명하게 지키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安美經中’과 같은 이미 시효가 다한 잣대를 들이대면 국익을 지키지 못한다. 글로벌 GDP 비중과 경제적 다양성 측면에서 서방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이다. 불과 10여 년 전과 다르게 중국에서 우리 이익을 찾기 어렵다. 보완적이기보다 경쟁적이다 보니 부딪히면 손해를 보는 쪽은 우리이다. 기업은 빠르게 ‘실사구시’ 전략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국가나 기업, 개인이 살려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동전의 양면에서 옳은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빠르게 실행하는 자가 궁극적으로 승전보를 올린다. 강대국이 으르렁거리는 판에 생겨나고 있는 틈새를 읽을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기민해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이웃 중국이 앞서 나간다고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의 승승장구를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미들 파워로 전락한 또 다른 이웃 일본과 점진적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혀 같이 사는 공감대를 만들어낼 필요도 있다. K-컬처의 위력에만 흥분할 것이 아니라 꺼져가는 K-제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피지컬 AI 강자로의 도약을 위한 민관 태스크포스 팀이라도 가동해 보자.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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