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다보스 개막 속 그린란드 긴장 고조…강대강 치닫는 미·덴마크 갈등

  • 트럼프 "그린란드 합의 없으면 유럽에 관세 100% 실행"

  • 덴마크, 그린란드에 전투 병력 추가 파병…"상당한 규모"

  • 북미우주방위사령부도 그린란드에 군용기 파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세계 정·재계 리더들의 '대화의 장'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개막했지만,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100% 실행하겠다"고 못 박은 가운데, 덴마크는 그린란드 현지에 전투 병력을 증강하며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부 유럽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100%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냈다는 이유로 덴마크를 포함해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오는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하며, 자신의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지도자들을 비판했다고 NBC는 전했다. 그는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집중해야 한다"며 "유럽이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지, 그린란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내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켰는데도 귀국이 나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나는 더 이상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평화가 항상 주요한 것이긴 하지만, 이제 미국에 무엇이 좋고 적절한지를 생각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그린란드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한 세계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스퇴르 총리는 이날 노르웨이 일간지 VG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며 "노벨상은 노르웨이 정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노벨위원회가 수여한다는,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스퇴르 총리는 해당 편지가 전날 도착했으며, 앞서 자신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대한 답장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거세지자 덴마크는 현지 병력 증강에 나섰다. 덴마크 TV2는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전투 병력을 추가 파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파병 병력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북쪽으로 약 300㎞ 떨어진 칸게를루수악에 도착할 예정이며, 페터 보이센 덴마크 육군 참모총장이 이들과 동행할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외교 무대에서도 대응이 이어졌다. 트뢸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를 방문해 그린란드에서 '감시 작전'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 후 덴마크 방송에 "우리는 이를 제안했고, 사무총장은 그 제안에 주의를 기울였다"며 "이제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틀을 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회담 후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이 우리의 집단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포울센 장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과 논의했다며 "우리는 이러한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동맹으로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의 공동 방위 기구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군사적 움직임을 보였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NORAD는 이날 성명을 통해 NORAD 소속 군용기들이 그린란드에 위치한 피투피크 미 공군 우주기지에 곧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NORAD는 피투피크 기지에서 진행될 활동의 성격이나 파견 군용기의 소속 국가와 규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NORAD는 이번 활동이 덴마크와 사전에 조율됐으며 그린란드에도 통보됐다고 설명했다. NORAD는 북미 대륙을 향한 공중·우주 위협을 탐지·대응하는 임무를 맡은 미국과 캐나다의 공동 방위사령부로, 미군과 캐나다군 장성이 공동 지휘하며 관할 지역은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 본토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병력 파견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유럽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사안에 정통한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럽 국가들의 그린란드 병력 배치 발표와 관련해 자신이 “잘못된 정보”를 받았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외교 당국은 병력 파견 계획을 공식 발표에 앞서 미국 측에 사전 설명했으며, 덴마크의 한 당국자는 이번 배치가 기존의 유럽·미국 군사 협력 구조 안에서 사전에 조율된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미·유럽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단서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대 대표단을 이끌고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가운데 21일 기조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반면 덴마크 정부는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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