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CES의 중심에는 로봇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로봇의 몸이 없었다. 무대를 장악한 것은 AI 두뇌였다.
인공지능은 이미 계산과 예측의 단계를 넘어섰다.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 어떤 선택의 확률이 높은지는 기계가 먼저 답한다. 이번 CES는 그 다음 장면을 보여줬다. AI가 판단을 넘어 물리적 세계를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지컬 AI라는 이름은 결과일 뿐, 본질은 어떤 AI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식을 지배하느냐에 있다.
이 변화 앞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누가 더 정교한 로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로봇의 ‘사고 구조’를 장악하는가다. 기술 경쟁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승부는 언제나 성능이 아니라 사고의 틀에서 갈려왔다.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비교적 분명하다. 두뇌와 기준을 쥐는 것이다.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가 강조한 피지컬 AI는 로봇 기술의 진보라기보다 사고의 플랫폼에 가까웠다. 엔비디아는 로봇용 GPU나 칩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이 보고 이해하고 계획하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AI 스택과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로봇을 움직이는 핵심은 모터나 관절이 아니라,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이해하며 어떤 순서로 움직일지를 정하는 판단 구조라는 메시지다.
이 흐름은 테슬라에서도 확인된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자사 공장에 투입해 ‘쓰면서 완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목적은 로봇을 과시하는 데 있지 않다. 현장에서 AI의 사고 과정을 검증하고 축적하는 데 있다. 오류를 숨기기보다 노출하고, 완성을 기다리기보다 데이터를 쌓는다. 자율주행에서 그랬듯, 테슬라는 로봇에서도 데이터가 사고를 진화시킨다는 가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식 접근의 요지는 명확하다. 두뇌가 먼저, 몸은 다음이다. 완성된 로봇을 내놓기보다, 사고 구조를 먼저 시장과 현장에 던진다.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회자되는 말처럼 “완벽은 가장 비싼 사치”다.
반면 중국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중국은 피지컬 AI에서 속도와 확산을 선택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부스터 로보틱스 같은 기업들은 휴머노이드를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밀어붙이고 있다. 공장과 물류 현장, 전시 공간에 로봇을 배치하고, 완성도를 기다리지 않은 채 데이터를 쌓는다. 피지컬 AI의 핵심 자산인 ‘몸의 데이터’를 규모로 확보하는 전략이다. “많이 움직이는 쪽이 더 많이 배운다”는 중국식 실용주의가 그대로 작동한다.
이 방식의 강점은 분명하다. 움직임의 양과 현장 데이터에서 중국은 이미 앞서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드러난다. 기업과 지역, 프로젝트가 병렬적으로 움직이면서 사고 구조가 파편화되기 쉽다. 몸은 많지만, 두뇌의 기준은 아직 하나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두 흐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국의 위치가 보다 선명해진다.
한국은 엔비디아처럼 AI 두뇌의 기준을 쥐고 있지도 않고, 중국처럼 로봇을 대량 배치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도 않다. 제조 현장은 강하지만, 피지컬 AI의 사고 구조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전략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자동차·조선·반도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몸’을 만들어온 나라가, 이제는 어떤 두뇌를 얹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 필요한 질문은 “로봇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어떤 AI 두뇌 위에서 로봇을 움직일 것인가, 그리고 그 사고 구조를 얼마나 내재화할 것인가다. 이는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략의 문제다. 선택을 미루는 순간, 선택지는 줄어든다.
산업의 역사는 이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증기기관의 시대에도, 전기의 시대에도, 자동차와 인터넷의 시대에도 패권은 늘 몸이 아니라 두뇌—설계와 표준—에서 갈렸다. 피지컬 AI 역시 다르지 않다. 먼저 많이 움직인 쪽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지를 정의한 쪽이 생태계를 지배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가장 위험한 전략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바로 그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다. 피지컬 AI의 승부는 로봇 경연장이 아니라, AI 두뇌의 표준 전쟁에서 난다.
결론은 분명하다.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하나다. 누가 로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로봇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미국은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앞세워 두뇌와 기준을 쥐려 하고, 중국은 유니트리 같은 기업들을 통해 몸과 데이터로 밀어붙인다. 한국은 아직 선택의 문 앞에 서 있다. 이 싸움의 결론은 빠르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패권은 언제나 두뇌에서 결정돼 왔다.
다만 AI 두뇌가 현실의 몸을 지배하게 되는 순간, 그 판단의 결과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라는 ‘책임의 기업가정신’은 결국 피해갈 수 없는 다음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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