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북한도 미국·영국에는 이길 수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됐다.
교도통신은 30일 영국 정부가 최근 공개한 외교 공문서를 인용해, 고이즈미 총리가 당시 핵 개발 의혹을 받던 북한을 상대로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을 예로 들며 비핵화를 설득하려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일본이 과거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무모한 전쟁을 벌였다가 패배했다"고 언급하며, 북한 역시 군사적 대결이 아닌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이소자키 아쓰히토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북일 정상 간 대화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설명해 준 내용이 확인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본이 관심을 가졌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뿐 아니라 북핵 문제에도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 한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국 공문서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2003년 7월 일본 하코네에서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와 회담하며 북일 정상회담의 경과를 설명한 내용도 담겼다. 문서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전후 일본과 미·영 간 관계를 언급하며 북한 역시 미·영과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것이 북한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이즈미 총리는 블레어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중국·한국·일본이 참여하는 다자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기록됐다. 또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맞물리면서 대북 대응이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이즈미 총리는 블레어 총리에게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체제 전복에 대한 우려 속에서 대화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2004년 5월 열린 2차 북일 정상회담 이후 같은 해 6월 미국에서 열린 영국·일본 정상회담 기록도 이번에 함께 공개됐다. 문서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리비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핵 포기를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은 "리비아는 핵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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