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계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거나 올해 입법 예고된 주요 경제 정책 중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야기할 부정적 파급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추진 중인 '65세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기업들은 대부분 '수용'에 무게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노동 개혁에 따른 기업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단계적인 접근과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고용 유연화가 불가피하다고 짚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생산성 혁신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1일 아주경제가 국내 주요 경제단체와 기업인, 경제학자 등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최대 이슈로 일명 '노란봉투법'이 꼽혔다.
노란봉투법이 한국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42.9%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57.1%)고 답한 비율까지 합치면 응답자 모두가 일제히 우려를 표한 것이다.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을 두고 재계에선 법안 자체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주요 기업들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법 시행 시기를 늦춰 혼란을 막은 뒤 쟁의 대상 경영상 판단 기준 명확화, 사용자 개념 명확화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이은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3% 룰' 적용을 강화한 1차 상법 개정안이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응답자 53%가 '그렇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로 전체 중 70% 이상이 걱정을 드러냈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내용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이 불리해질 것으로 우려하는 응답자도 70%에 달했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0%로 가장 높았고, '매우 그렇다'는 13%였다.
자사주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음을 명시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를 도입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27%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6% '그렇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년 연장을 65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응답자 14.3%가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봤고, '그렇다'고 답한 비율도 42.9%였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21.4%)거나 '보통이다'(21.4%)라고 답한 응답자도 절반에 가까웠다.
기업 응답자 80%는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청년 채용 감소와 인건비 증가 등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진전 등으로 정년을 일부 연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한 결과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관련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과 별개로 생산성 혁신 과정에서 고용 유연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AI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원주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년 연장으로 늘어나는 시니어 인력의 경험에 AI의 효율성을 더해야 한다"며 "AI 협업을 통한 압도적 '생산성 혁명'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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