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타 요시히로의 한일 풍경] 말이 총알이 된 다카이치 …勇氣와 輕率 사이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202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돌아보면 전반은 비상계엄 이후의 혼란과 대통령 파면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시간이 흘러간 듯하다. 6월 새 대통령 선출로 국정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후반부터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의 내란죄 공판이 계속되면서 정치적 분단과 갈등이 결코 가라앉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도 올해 국가 지도자가 교체됐다. 일본의 새로운 리더가 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는 일본에서 사상 첫 여성 내각총리대신이 됐다. 큰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일본 사회에서 여성 리더가 탄생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물론 다카이치는 성평등을 요구하는 사회가 꿈꿨던 '여성 리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싸늘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까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다카이치는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도입을 놓고 남성 중심 사회의 상징이기도 한 '가족의 유대감'을 이유로 많은 여성이 희생되어온 이 제도를 바꾸는 데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정책적으로는 성평등에 역행하는 정치인이라는 지적도 있어 여성 총리의 탄생을 반길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데 다카이치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성을 대변할 수 없는, 여성을 무기로 삼아왔다는 비판을 받는 다카이치지만 여성이기에 짊어질 수밖에 없는 불이익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든 돌파했다는 것은 긍정과 부정의 평가 이전에 한 정치인으로서 대단한 일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카이치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사회에서 '남성 이상'의 용감함을 보여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여자 아베'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그는 고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잇는 정치노선을 의식해 우파 보수층을 지지 기반으로 총리 자리를 꿰찼다. 그 지지층을 생각하면 필연적으로 대외적 압력에 굴하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용감한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야스쿠니 참배 문제와 독도 문제를 둘러싼 그의 정치 자세다. 이웃 나라가 뭐라고 하든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며, 이웃 나라의 목소리에 일본이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 표시가 그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대만 유사시' 발언도 그러한 정치 자세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11월 7일 국회 질의 답변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야당의 질문에 “대만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그것은 분명히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즉 중국을 염두에 두고 대만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 있을 때 자국방위를 위해서만 무력행사가 허용되는 일본에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라고 인식하는 것은, 즉 헌법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중국과 전쟁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일본의 우파가 중국에 대해 적대적 입장을 취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할 수는 있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의 역대 정권은 현실적인 전략으로 그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이른바 '대만 유사시'에 대한 구체적 발언을 피해왔다.

애초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뒤 무력을 갖지 않는다고 규정한 이른바 '평화헌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6·25전쟁 발발 등을 배경으로 미국의 일본 점령 통치 방침에 변화가 생기며 경찰 예비대가 결성됐고, 이것이 나중에 자위대가 됐다. 어디까지나 군대가 아니라 '자국방위'를 위한 부대라는 기만이다. 그런데도 일본의 평화헌법은 무력은 물론 교전권도 보유하지 않도록 규정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자위대는 자국방위만 할 뿐 군대처럼 해외로 나가거나 전쟁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도 군대를 가진 '보통국가'가 되려는 욕구가 보수층을 중심으로 늘 존재했고, 실질적인 군대인 자위대를 가지면서 무력을 갖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은 모순되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런데도 일본은 1947년 헌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헌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도 크다. 그러던 중 2014년 제2차 아베 정권하에서 헌법 개정의 어려움을 인지한 내각이 헌법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실질적인 헌법의 의미를 변경하는 '해석 개헌'이 이뤄졌다.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일본의 존속도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게 한 것이다. 조문은 변경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일본 스스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온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겠다는 역사적 방침 전환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중요한 해석의 핵심이 된 개념이 일본의 존속도 위태로워진다는 '존립 위기 사태'이며 이것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으며 국민의 생명, 자유 및 행복 추구의 권리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사태를 말한다'고 정의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이란 미국 외에 어디인가, 대만은 여기에 해당되는가라는 새로운 논의가 발생하는데,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지역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그 금기를 깨고 굳이 발언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두고 격렬히 반발했다. 주오사카 중국총영사는 SNS에 “제멋대로 들이닥친 그 더러운 목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려 일본 사회의 반감을 샀지만 중국 측의 격한 반응에 놀란 일본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적 의례에 어긋난다고 항의했으나 중국 정부는 이 SNS 게시글에 대해 “개인적 글”이라며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은 치안이 위험하기 때문에'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일본으로 가는 항공기를 감편하는 등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중국과 일본 사이의 유학 프로그램 같은 행사가 중단되는 등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발언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정부의 지금까지 입장에 변함은 없다”며 자신의 발언이 일본 정부의 입장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하면서 “반성하고 있다”고도 했지만 이후에도 자신의 발언은 철회하지 않고 있다. 발언을 철회하면 그에 따라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 일본의 정치외교적 입장이 반대로 선명해질 수도 있고, 그것이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또한 다카이치 총리의 존립 위기 사태 발언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다카이치 정권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국회 답변에 임하면서 사전에 작성되어 있던 자료 중 '대만 유사시'에 대해 “대답하지 않는다“고 준비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관료가 작성한 답변안을 넘어 스스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이다. 즉 역대 정권의 답변을 답습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한 말이기에 신념에 따른 발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존립 위기 사태' 발언을 놓고 적지 않은 전문가와 주요 언론이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자각이 결여된 답변” “너무 경솔하고 부주의한 발언”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우파 언론 등에서는 “타당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 국민에게 안전보장 정세의 엄중함을 알리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본의 억제력을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당당한 자세를 관철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기도 한다. 다카이치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아 일본 여론에는 중·일 관계 악화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외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적지 않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감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다카이치 정권의 위태로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카이치 총리 본인은 아니지만 얼마 전 정부 고위 간부가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해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다만 이것은 총리 관저에서 이뤄진 대외비를 전제로 한 비공식 취재였기 때문에 기자들이 취재 대상자와의 약속을 어긴 언론 보도라는 비판이 있고, 그 발언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일 뿐 정부 차원에서 핵무기 보유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다카이치 정권에서 안전보장 정책을 담당하는 인물의 발언이었기 때문에 이 비공식 취재를 보도하겠다는 결단을 한 미디어나 전문가 등이 중대한 사안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이 발언을 한 익명의 '고위 간부'가 사실은 안보와 핵군축 담당 총리 보좌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 인물을 경질하는 등 책임 있는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각각 원자 폭탄이 투하되면서 21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방사능 피폭에 의한 피해 또한 심각하고, 후유증과 세대를 초월한 피폭 2세 문제 등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반전 평화 의식은 집단의 기억으로서 이 원폭 피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국에서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복적으로 배우고 박물관이나 언론 보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억을 되살리듯이, 일본에서는 원폭 피해를 반복적으로 배우고 접할 기회가 일상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원폭의 무서움이나 전쟁의 비참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일본에서 정부 관직자가 '핵무기 보유'를 말하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에서 핵무기 보유를 논의하는 것은 그야말로 금기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원자 폭탄 투하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공격이었다고 이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비전투원에 대한 대규모 살상과 후유증 등에 대해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전쟁의 피해다. 특히 피폭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핵무기가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원폭 피해가 일본의 침략전쟁이나 식민지지배의 가해자성을 희석시키는 것은 아니며 일본의 반전 평화 운동에는 가해의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고 하지만 실제 피폭 피해자 중에는 당시 식민지지배를 받고 있던 조선과 대만인들도 있었으나 한국에 사는 피폭 2세 문제는 여전히 외면받아왔다. 일본의 반전 평화 정신의 한계이기도 하다.

용감한 말에 매력을 느끼고 열광하는 여론에는 위태로움이 따른다. 다카이치 총리는 실질적으로 내각총리대신 지명이 걸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날 자민당 의원들을 앞에 두고 “이제 모두가 일해야 한다. 마차의 말처럼 일하게 하겠다. 저 자신도 워라밸이라는 말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 나가겠다!”고 갈파하며 새 리더로서 기개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 나라의 새로운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워라밸을 버린다'고 선언하는 것이 불러올 파문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인지, '과로사(KAROSHI)'가 영어로도 통용되는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의 장시간 노동 등 낡은 근로 방식이 큰 사회문제가 되어 온 가운데 장시간 노동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과로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서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다카이치 총리의 용감한 발언들은 정권의 리스크이기도 하다. 국회 당수 토론에서 야당 측에서 정치 자금 관련 비리 문제를 추궁받았을 때 “그 따위의 이야기보다”라며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치 헌금을 둘러싼 부정 문제였는데, 그 추궁에 대해 '그 따위'라고 단언했던 것이다. 유권자의 관심을 '그 따위'라고 경시해도 좋을까? 그동안 이와 같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기에 다카이치 정권은 발언의 '가벼움'을 경계해야 한다. 용감한 발언들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론의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세제 등 경제 정책에서 큰 실수가 없어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중국과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 총리 한 사람의 발언, 정권 간부 한 사람의 개인적 견해에 따라 나라의 향배가 좌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솔한 발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자기 고향인 나라현 관광지에서 외국인이 사슴을 찬다는 미확인 정보를 언급해 결과적으로 외국인 배외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외국과 관계를 제외하면 그 사회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물며 내수가 정체된 일본은 외국인의 인바운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저 용감하기만 한 발언으로 현실을 어지럽히거나 외면함으로써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필자 주요 이력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연세대 정치학 박사 △전 홍익대 조교수 △전 주한 일본대사관 전문조사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