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완화에도 안심 못 한다…희토류 공급망 '구조적 불안'

  • 관세 완화에도 중국 의존 여전…핵심 광물 대응 체계 고도화 필요

희토류 샘플사진로이터·연합뉴스
희토류 샘플[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희토류를 둘러싼 공급망 불확실성은 여전히 우리 산업 안보의 주요 리스크로 남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공급망 대응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지난 1년간 진행해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관보에 게재하고,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0%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적용 중인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 50%는 유지되지만, 추가 관세 부과는 18개월 뒤인 2027년 6월 23일 이후로 미뤄졌다. 구체적인 관세율은 관세 부과 최소 30일 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이번 미국의 조치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세계 기술 기업들이 의존하는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말 부산에서 만나 미국의 관세 인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에 합의하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을 임시 봉합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며 관계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완화됐으나, 중국 중심의 정제·가공 독점 구조는 여전히 공고해 중·장기적 공급망 불안정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구조는 핵심 광물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에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광물 33종의 수입 의존도가 98%를 웃돈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 전략 과제로 설정하고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정부의 핵심 광물 공급망 정책은 △국제 협력 강화 △민간 중심 해외 자원 개발 △재자원화 활성화 △전략 비축 확대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정책 방향성에 비해 현장 실행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제 협력 측면에서 정부는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과 국제에너지기구(IEA) 협의체 참여, 자원 부국과의 양자 협력 양해각서(MOU)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공급망 위기 발생 시 실질적인 완충 장치가 될 공동 구매·공동 비축 등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 기반 역시 취약하다는 평가다. 에너지·자원 분야 전체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80%대를 넘어섰지만, 지능형 탐사나 ICT 기반 개발·처리 등 원자재 핵심 기술은 여전히 60%대에 그치고 있다. 민간 해외 자원 개발 분야에서도 자원 개발 특유의 고위험·장기 산업 구조 속에서 민간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공공 부문의 직접 투자 기능 약화로 초기 리스크를 감내할 주체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자원화 분야 역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폐배터리 등 재자원화 원료 수입 과정에서 폐기물관리법과 폐기물 국가 간 이동법에 따른 보증 제도가 중복 적용돼 기업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원 가치가 명확한 재자원화 원료까지 획일적으로 폐기물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산업 육성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비축 정책 역시 비축 대상이 주로 해외 수입 소재에 편중돼 있어 국내 재자원화 산업의 성장과 시장 안정 기능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이 ‘공급망 3법’ 제정 등을 통해 대응 체계를 마련했지만, 급변하는 자원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도 전반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수정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 입법조사관보는 “미·중 간 1년의 휴전 기간을 공급망 안보 강화의 기회로 삼아 ‘국제 협력·자원 개발·재자원화·비축’ 등 4대 분야별 입법·정책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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