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프리뷰]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헌재로…핵심은 동물권 아닌 조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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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비둘기 등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개정 야생생물법을 두고 동물권 단체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표면적으로는 동물 학대 논쟁처럼 보이지만, 헌재가 마주하게 될 쟁점은 동물권 그 자체가 아니라 지자체 조례를 통한 생활행위 규제의 한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 ‘승리와 평화의 비둘기를 위한 시민 모임’은 2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장이 조례로 비둘기 먹이 주기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규제가 비둘기 개체수 조절을 명분으로 한 사실상의 ‘아사 정책’이라며 생명권, 행복추구권 침해와 과잉금지 원칙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민원 급증 속 조례로 전면 금지한 '먹이 주기'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논란의 배경에는 관련 민원의 누적이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비둘기 배설물과 깃털 날림, 악취, 보행 불편 등을 이유로 접수된 민원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는 1400건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 위생과 생활 불편 해소 요구가 제도적 대응으로 이어진 셈이다.

개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서식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 재산상 피해나 생활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 등을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하고, 지자체장이 조례로 먹이 주기 금지 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1월부터 비둘기와 까치 등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제한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조례는 광화문광장과 서울숲, 한강공원 등 주요 도심 공간을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반복 위반의 경우 과태료 상한은 100만 원으로 정해졌다. 해당 규제는 계도 차원을 넘어 실제 행정 집행이 가능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헌재의 시야는 ‘동물권’보다 ‘생활행위 규제’ 가능성

동물단체들은 이번 사안을 동물 학대 문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헌재가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다를 공산이 크다. 헌재는 그간 가축 사육이나 야생동물 관리 사건에서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공익적 요소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독립된 헌법상 ‘동물의 권리’ 문제로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다. 판단의 중심은 언제나 규제가 사람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제한하는지였다.

이번 사건에서도 헌재의 관심은 비둘기 자체보다 ‘먹이 주기’라는 시민의 일상적 행동을 조례로 전면 금지할 수 있는지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과거 공원·거리 흡연 금지 조례, 노상 음주·취식 제한 조례, 확성기 사용 제한 조례 등에서 조례라 하더라도 생활행위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목적의 정당성뿐 아니라 수단의 필요성과 최소침해성을 엄격히 따져 왔다.

동물단체들이 불임 먹이 정책 등 해외 사례를 제시하는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개체수 조절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침해적인 대안이 존재하는지는 헌재 심리 과정에서 규제 수단의 비례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자체 재량 어디까지 허용되나

이번 헌법소원의 또 다른 핵심은 규제 방식이다. 국회가 법률로 직접 먹이 주기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금지 여부와 범위, 과태료 수준을 지자체 조례에 맡긴 구조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주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제일수록 법률 단계에서 핵심 내용이 정해져야 하고, 조례 위임은 명확한 기준 아래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현재 서울시 조례는 반복 위반 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생활 규제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규제가 이미 집행 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헌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지자체가 조례로 시민의 일상 행위를 어디까지 규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선을 다시 그을 가능성이 있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를 둘러싼 이번 헌법소원은 동물 보호 논쟁을 넘어, 생활 속 규제를 둘러싼 조례 권한의 범위와 헌법적 한계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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