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첫 글로벌 투자 결실…인도네시아 '슈퍼뱅크' 현지에 상장

시총 2.4조원, 상장 당일 25% 급등

카뱅 모바일 뱅킹 기술력 전수 주력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서 열린 '슈퍼뱅크 상장 기념식'에서 카카오뱅크와 슈퍼뱅크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첫 글로벌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가 현지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인수합병(M&A) 대신 기술을 앞세운 해외 진출 전략이 신흥국 시장에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가 17일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 상장했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3년 10월 ‘그랩’과 동남아시아 사업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슈퍼뱅크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상장 첫날 슈퍼뱅크의 기업 가치는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슈퍼뱅크에 첫 투자를 집행한 2023년 당시 기업 가치(9000억원) 대비 2.6배 성장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과 작년 두 차례에 걸쳐 슈퍼뱅크에 총 1140억원을 투자했다. 상장 이후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204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슈퍼뱅크는 100만건 이상의 청약 주문을 끌어모으며, 3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 당일 주가도 공모가(주당 635루피아) 대비 약 25% 상승한 상한가로 마감했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가 설립 1년 6개월 만에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기술 중심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꼽았다. M&A 방식 대신, 현지 시장에 핵심 모바일 뱅킹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이식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것이다. 이는 소규모 은행 인수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온 기존 관행과는 다른 접근이다.

슈퍼뱅크는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금융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상품으로 빠르게 현지 시장에 안착했다. 공식 출시 9개월 만인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현재 고객 수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협업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남아시아 외 진출 국가를 넓히고, 지분 투자와 노하우 전수를 넘어 모바일 금융 시스템 구축을 이끌 계획이다.

지난 6월 인가를 획득한 태국 가상은행 사업에서는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전반을 카카오뱅크가 주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 사업 협력 파트너인 그랩과도 협업 논의를 지속하며 시너지 확대를 추진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 역량이 수치로 입증됐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은행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디지털 뱅킹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