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닥터 코퍼] 흔들리는 공급망, 고철 수입 이어 '전선 재활용' 관심 집중

  • 구리 고철 수입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 커져

  • 도심 광산 '전선·통신선'도 주목

  • 아직은 채굴 비용 한계...공급난 심화하면 검토

구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파나마 코브레 광산 폐쇄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에서 대규모 토사 유출까지 일어나는 등 잇따른 해외 광산 사고로 인해 구리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부 규제 완화와 더불어 땅속에 묻혀 있는 수조원대 도심 광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구리 제련업체인 LS MnM과 고려아연은 구리를 포함한 금속 재활용 전문 자회사를 지속해서 확충하며 공급망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4월 고려아연이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를 통해 고철 스크랩 거래 전문 기업인 캐터맨을 55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캐터맨은 연 30만t 수준의 구리, 알루미늄, 철 등 고철 스크랩 원료를 거래하는 회사로 북미 폐가전·전선을 분해 후 국내로 가져와 구리를 추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산업계에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구리 고철 스크랩 수입을 어렵게 하는 현행 재활용촉진법과 폐기물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수요 확대로 인해 구리 정광이 주로 중국·동남아 제련소로 넘어가면서 LS MnM 등 국내 제련소가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 반도체 기판(PCB) 등을 사들인 후 잘게 부숴서 가져오고 있는데 각종 환경 규제로 인해 수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간 이견이 커 관련 절차는 초기 단계다.

구리 확보를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각광을 받는 게 도심 광산이다. 특히 구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용 연한이 끝난 폐전선·폐통신선에서 구리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구리는 철, 알루미늄 등 다른 금속보다 재활용률이 월등한 게 특징이다. 90% 이상의 높은 재활용률을 보이면서도 품질 저하가 거의 없다.

현재 국내에서 구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한국전력과 KT다. 과거 공기업으로서 전국에 전선과 통신선을 포설한 데 따른 결과다. 한전은 전력 인프라 유지·보수 과정에서 나오는 폐전선을 지속해서 매각하며 국내에 구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KT는 유선전화 등 기존 통신망과의 연계, 굴착 비용 등 이슈로 2010년대 이후 구리 공급이 멈춘 상황이다.

KT가 보유한 유형자산 중 사용 연한이 끝난 구리 통신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히 집계된 바는 없다. 통신업계에선 약 35만t 규모의 구리 통신선이 땅 밑에 잠들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어림잡아도 5조원 이상의 가치다. 우리나라가 매년 100만t의 구리를 수입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공급망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공사 비용 상승 등 이유로 KT가 당장 폐통신선 채굴에 나서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내년 1분기 신임 KT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된 후에도 구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산업계 요구가 커지면 폐통신선 매각이 다시 검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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