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美·中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국 경제 살길이 보인다

  • 한국은 추격자 아닌 선도국 위치, 주도적인 연대와 파트너십 구축해야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한국 경제의 당면하고 있는 딜레마가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큰 애로점은 높은 해외의존도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독일(89%)에 이어 한국의 의존도는 80%에 달해 3위 수준으로 매우 높다. OECD 발표를 보면 GNI(국민 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율은 무려 87.3%로 미국의 35%, 일본의 55%보다 월등히 높다.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수출 비중은 44.4%로 경쟁국인 독일(41.8%)·일본(22.8%)·미국(10.9%)보다 높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0%)보다 14.4%포인트(P)나 높다. 특히 상품 수출 비중은 37.6%로 제조업 강국인 독일(33.3%)·중국(17.9%)·일본(17.0%)보다 높고, G20 평균(16.5%)과 비교해도 2배를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대외의존도가 줄지 않고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적 체질을 바꿀 수도 없는 처지이다. 이를 줄이려면 내수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이 또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점진적으로 내수를 키워야 하겠지만 경제적 파이를 가져다주는 해외 부문을 포기할 수 없다. 문제는 한국 제조업의 위상이 예전과 다르게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 아픈 대목이다. 경총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제조업 GDP의 해외의존도도 해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2023년 기준 해외 58.4%, 국내 41.6%)다. 미국·중국·일본 등에서 자국 내 제조업 수요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기업이 갈수록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해외로만 나가고 있는 것도 이에 한몫한다.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제조업의 미·중 시장에 대한 수요 의존도는 24.5%(미국 13.7%, 중국 10.8%)로 주요 경쟁국인 일본(17.5%)과 독일(15.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번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국가가 한국이었다는 점도 이 수치에서 드러난다. 높은 해외의존도에다 미·중 쏠림 현상으로 인해 대외변수에 취약하다.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통상환경이 악화하여 세계 경제가 위축될 시 주요 경쟁국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결국 해외시장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과 시장재편이라는 현실을 수술대에 올리지 않고서는 이를 극복해낼 방도가 없다. 한국 제조업 그리고 수출, 나아가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 더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요즘 수출 동향을 보면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보면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한때 40%에 육박하던 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35% 대로 낮아지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우리의 의지에서라기보다 시장 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최대 수출시장 중국이 더는 우리에게 블루오션이 아니고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설 자리가 쪼그라들고, 오히려 중국 상품이 한국 시장 진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형편이다. 해외시장에서도 가성비를 장착한 중국 상품의 공세 강화로 우리 수출시장 기반이 크게 흔들린다. 미국 시장은 트럼프의 징벌적 관세 부과로 올해 10월 기준 5% 정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 수출이 동반 감소는 지난 2009년 미국發 금융위기와 중국의 사드 보복 시기 이후 모처럼 만의 일이다. 이런 현상이 이번만의 일시적 현상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미(知美)·지중(知中) 균형적인 시각으로 한국 경제 새로운 돌파구 찾아내야
외부 전문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충고나 조언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갉아먹고 있고, 미국이 강력한 동맹이라도 하지만 한국의 이익에 계속해서 긍정적이라는 신뢰가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럽·일본·호주 등과 연대를 강화해야 하고, 신흥시장인 아세안과 인도 등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수출 비중 10% 이하의 중남미·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야 한다. 중국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와 이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내야 한다. 한국을 보는 세계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남을 쫓아가는 추격자가 아닌 선도국이라는 점에서 미·중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연대와 통상 파트너십을 만들어 갈 때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일방적 글로벌 질서 재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다. 그토록 중국을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던 미국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입으로 일극 체제가 끝났고 G2, 즉 미·중 양강 구도를 공식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2기에서도 중국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은 동맹국에 대해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대신 중국에는 의외로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한 미국 동맹국의 불만이 또 다른 동맹을 만들어낼 개연성도 충분하다.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세계는 마치 미·중 그들만의 체스판이 되고 있다. AI에 이어 로봇 등 미래 첨단산업 경쟁에서도 오직 미국과 중국만 보일 뿐이고 다른 나라들의 존재감이 거의 실종되었다.
 
국내에는 친미·반미 혹은 친중·반중 인사가 많다. 그만큼 양국 관련 지식이 많은 지미(知美)·지중(知中) 인사도 많다. 지금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양국을 보는 잣대와 이를 통해 한국이 어떤 줄에 서야 하는지, 전략·전술적으로 어떤 포지션 변화가 필요한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불균형적 시각을 가진 인사들로 인해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년 초 1월 중순에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란다. 주변에서 한국과 일본이 유럽의 EU처럼 똘똘 뭉쳐야 하며, 차제에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들린다. 한국 스마트폰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일본 시장에서 갤럭시 점유율이 10%에 도달했다고 한다. 현 정부의 실용 외교 혹은 경제의 첫 단추가 일본과 경제협력 재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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