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토? 했을 때 10번 중 1번이라도 '오케이'라고 하면 성공한 거다. 전 세계 어디서든 구글앱처럼 편리하게 쓰이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자사가 지향하는 ‘보편적 언어 플랫폼’의 비전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언어 장벽이 두꺼운 사우디 같은 곳에서도 플리토가 자연스러운 소통의 매개가 되는 미래를 꿈꾼다”며 “현지에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서로 플리토를 꺼내 대화를 이어가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플리토는 2012년 설립된 글로벌 언어데이터·AI 기업으로, 집단지성 번역에서 출발해 텍스트·음성·이미지 등 멀티모달 데이터를 정제해 AI 학습용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언어 인프라’ 기업이다. 이 같은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코스닥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에 오른 뒤, 실시간 통역·대화번역·API 언어 AI·현지화 등 B2B 솔루션으로 기업·기관의 언어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흑자 전환을 이룬 플리토는 번역업체가 아닌 데이터 중심 AI 기업을 지향하며, 내년 ‘플리토 2.0’을 통해 B2C 시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초개인화 번역 솔루션 CT를 앞세워 수익성 있는 AI 상품을 확대하고, 업스테이지와의 파운데이션 모델 협력으로 국내외 AI 생태계 강화에도 참여하고 있다. 회사는 B2B·B2C 확장과 사우디 등 언어 장벽이 큰 시장 공략을 통해 ‘번역이 필요하면 플리토’라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모델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플리토, 올해 흑자 전환 동력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R&D를 하면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고, AI 자체가 범용적으로 커지면서 우리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많아지고 수익률도 올라간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1년 전 손익분기점을 넘고 올해 시작부터 좋은 흑자 구조로 가고 있다. 2.0 전략은 수익성이 되는 인공지능 상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간 거래(B2B)에 포커스했지만, 이제 소비자간 거래(B2C) 쪽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위해 개인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첫 결과물이 개인용 번역 앱인 챗 트랜슬레이션(CT)이다."
-회사를 '번역 기업'이 아닌 'AI 언어 데이터 전문 기업'으로 정의했는데.
"유명 음식점(솔루션)이 되는 것보다, 그 집에 최고의 식재료를 납품하는 회사(데이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반 기업들이 솔루션을 붙여 음식점을 지향하지만, 기초가 없으면 무너진다. 언어의 재료를 손질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 재료를 잘 다듬어 다른 곳에 팔면서 가치를 판단한다. 현재도 매출 비중은 거의 90%가 데이터에서 나온다. 이 재료 손질 능력을 기반으로 틈새를 봐서 우리만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 최근 출시한 '챗 트랜슬레이션(CT)'은 어떤 서비스인가.
"CT는 초개인화 솔루션이다.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학습을 엄청나게 많이 시켜 차별화했다. 가장 큰 특징은 학습을 통한 개인화이다. 사용자가 그동안 썼던 기사, 링크 등 데이터를 넣으면 사용자만의 엔진이 나온다. 성공 기준은 해외 여행 시 현지인이 우리에게 QR 코드를 보여주며 "플리토!"라고 외치는 것이다. '플리토'가 구글 앱처럼 번역의 일반 명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해외 시장 중 중동(사우디)에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는.
"아랍어는 전 세계 사용 인구 4위인데, 의외로 아랍어 데이터가 많이 없고, 아랍어 인공지능 퀄리티가 너무 낮아 개척할 가능성이 큰 무주공산이다. 아랍어는 사투리가 30개가 넘어 아무도 이를 다루려 하지 않는다. 중동은 지금 머리(GPU, LLM)에는 엄청나게 투자하지만, 정작 데이터가 없어서 학습을 못 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랍의 인공지능 속도가 느리다."
-중동 시장 개척 전략과 CT의 아랍어 개발 계획은.
"중동은 진짜 진솔함과 진지함을 보여주는 '클래식한 방식'이 정답이다. 돈 많다고 간 보는 애들이 많았기 때문에, 7~8년간 꾸준히 찾아가며 진심을 인정받고 있다. 중동 법인 설립이 어렵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잡고 있다. CT 역시 사우디 등 중동의 언어 장벽 해소를 위해 아랍어 개발에 계속 품을 들이고 있다."
-실시간 음성 번역 상용화의 기술적 한계는 무엇인가.
"실질적인 기술적 문제는 알고리즘이 아닌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 네트워크 문제로 인한 레이턴시(지연)가 있다. 토큰을 맞춰보는 속도가 아직 1~2초가 걸린다. 음성 클로닝 등 음성 통역 기술은 다 준비되어 있지만, 이 딜레이 때문에 발화가 끝나도 통역 음성이 늦게 나오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를 미루고 있다. 이 속도 문제는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국내 AI 기업 중 업스테이지를 협력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업스테이지는 AI에 목숨을 걸어서 잘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아닌 경영진이 있는 대기업은 기존 사업을 버리고 AI에 '올인'할 용기가 없다. 하지만 업스테이지는 창업자가 "AI 올인 하자. 망하면 다 우리 망하는 것"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우리와 데이터 협업 과정에서도 인공지능을 잘 알고 데이터의 중요도를 잘 아는 기업임을 확인했다."
-글로벌 빅테크 경쟁 구도 속에서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LLM 시장은 계속 재편될 것이다. 처음에는 GPT 천하였지만, 요즘은 제미나이가 엄청나게 성장했고, 개발자 중에서는 클로드를 맹신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론 머스크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할 때 사람들은 언론 장악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록(Grok)의 모든 기능을 X와 합쳤다. 트위터를 데이터로 가져가 그록에 접목한 거다. 그록은 X 데이터를 모두 가져가 학습시키는 전략을 통해 어마무시하게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 회사들도 충분히 좋은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LLM 시장이 2026년에 특히 다양한 기업들에 의해 재편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 AI 기업들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리토 역시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AI 버블 논란에 대한 업계 관계자로서의 시각은?
"버블 논란에 대해 오히려 '우리 가격이 이거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회사 가치가 과소평가됐다고 판단한다. 이는 AI 기술의 잠재력과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독보적인 언어 데이터 인프라의 가치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사업 특례 상장 1호 기업으로서 특례 상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뗄 책임감을 느끼며, 성과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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