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금융 충격] 부실화 빨라진 기업대출…내년 기업 '삼중고'에 은행 건전성 '빨간불'

  • 은행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잔액 5.5조…전년比 18%↑

  • 석화·철강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대출 리스크 확대될 듯

  • 신용평가 고도화, 대손충당금 적립 예상…선별 대출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업의 실적 둔화와 동시에 은행의 기업대출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내년 경기 하방 압력이 심화될 경우, 기업대출 부실이 현재보다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작년 9월 말 4조6198억원에서 올 9월 말 5조4651억원으로 1년 만에 18.2%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돼 정상적으로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환율, 내수 부진이라는 '삼중고' 앞에서 기업들의 자금 흐름이 악화되고 부실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 석유화학의 부실채권잔액이 1억원 이하였는데 올 들어 189억원으로 급증했다. 철강업에서는 국민은행이 56억원에서 112억원으로 2배 늘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은행권 석화 부실채권의 47%, 철강의 62%에 달하는 수치다. 업종별 리스크가 특정 은행에 집중되면서 은행권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생산적 금융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도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을 줄이면 생산적 금융이 축소되고, 대출을 늘리면 부실 위험이 커지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은행에서는 리스크 대비를 위해 기존보다 엄격한 내부 신용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 확대보다 담보력과 산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별 대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은행들이 부도 가능성이 아주 낮은 대기업 위주의 대출 확장 전략을 펼치게 되면서 생산적 금융 취지가 퇴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당장의 연체채권·부실여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1~2년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경기 민감 산업을 중심으로 연체·부실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와 주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 유동화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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