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다음은 양자가 될 것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마티니스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언 직후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가 산업 지형을 뒤바꿔 놓았다면, 이제 '양자'가 본격 부상하면서 산업 전반이 또 한 차례 대전환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8억8540만 달러(약 1조3012억원)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11억6010만 달러(약 1조7049억원)로 늘었으며 2032년까지 206억2070만 달러(약 30조3062억원)로 연평균 34.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흐름도 거세다. 지난해 전 세계 양자 기술 스타트업 투자액은 20억 달러(약 3조원)에 육박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특히 민간 투자 비중은 66% 감소한 반면 정부 투자는 34%로 19%포인트 늘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각국 정부가 양자 기술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한층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AI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연구 생태계와 민간 혁신을 기반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주요 빅테크가 양자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양자 프로세서 '윌로(Willow)'를 발표하며 기술 우위를 재확인했다. 윌로 칩은 105개 물리 큐비트를 탑재하고 표면 코드 기술을 적용해 3×3에서 7×7 큐비트 격자로 확장하면서도 오류율을 2.14배 개선했다. 이를 통해 기존 슈퍼컴퓨터가 10의 25제곱 년이 걸리는 계산을 단 5분 만에 수행하는 '양자 우위'를 다시 입증했다.
IBM은 지난 6월 '스탈링(Starling)'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2029년까지 세계 최초 대규모 내결함성 양자컴퓨터 '퀀텀 스탈링(Quantum Starling)'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월 세계 최초 위상학적 양자칩 '마요라나 1(Majorana 1)'을 선보였다. 이 칩은 위상학적 큐비트를 8개 탑재하고 있으며 손바닥 크기 단일 칩에 최대 100만 큐비트 구현이 가능한 확장 경로를 제시해 상업적 응용을 위한 수조 번 규모 연산을 처리할 토대를 마련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은 정부도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 명령을 통해 양자 정책 강화와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법(NQIA)' 재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공공투자와 특허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미국 정보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중국의 양자 기술 투자 규모는 150억 달러(약 22조455억원)로 38억 달러(약 5조5848억원)인 미국에 비해 4배에 달한다.
특허 경쟁에서도 우위가 뚜렷하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양자기술 특허를 보면 중국은 3만5540건, 미국은 3만4831건이다. 특히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중국은 2만9105건으로 미국(2만202건)보다 약 9000건 앞서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 기술을 놓고 패권 다툼을 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정부를 중심으로 양자 산업을 키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양자 기술과 산업 육성을 위해 전년 대비 54.1% 늘어난 총 1980억원을 투자했다.
아울러 2035년까지 양자 경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퀀텀 이니셔티브 추진 전략'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 분야 인력을 2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산업 종사자를 1만명, 관련 기업을 12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NIPA 측은 "올해 양자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벗어나 실용화 단계로 본격 전환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술 기업의 기술 혁신과 각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결합되면서 양자기술 상용화 시점이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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