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5시간 협상에도 결론 못 내...푸틴 "영토 문제 타협 불가"

  • 푸틴, 미 종전안 '일부만 수용'...영토 문제·러시아 동결 자산 이전 등 난제

미국 측 인사들과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협의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측 인사들과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협의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단이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놓고 5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제안한 종전안 중 일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날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미국 측 계획의 일부 조항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다른 조항들은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회동이 끝난 후 "푸틴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의 대화는 유용하고 건설적이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상당한 이견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장 어려운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영토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표단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로 구성됐고, 러시아 측에서는 우샤코프 보좌관과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배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이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했지만, 장시간 논의에도 구체적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가 처음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종전안은 28개 조항으로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없는 러시아 요구가 대거 포함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협상에서 19개 항으로 축소됐고 지난달 30일 플로리다 고위급 협의에서 다시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제네바 문서가 다듬어졌다"며 미국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러시아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외교전에 나섰다. 영국 BBC방송과 A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할 마틴 총리와 회담하고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낙관적인 순간"이라며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추진 중인 새 종전안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영토 문제와 유럽 내 러시아 동결 자산 이전을 가장 어려운 사안으로 꼽았다고 BBC가 전했다.

아일랜드 의회 연설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질적인 기회가 많지만 우리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평화 중재에 대한 관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하면서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이 이 상황으로부터 관심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비전투 군사·에너지 지원을 포함한 1억 2500만 유로(약 2100억원)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앞서 열린 투자 포럼에서 "유럽 국가들이 평화 의제 없이 전쟁의 편에 서 있다"며 미국 주도의 종전 노력 일부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이 시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일부 변경은 전체 평화 프로세스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럽이 '러시아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내세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표단이 동반한 통역사까지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미국 측 인사는 3명이 전부"라며 "회담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트코프 특사는 과거 푸틴 대통령과 회동에서 러시아 측 통역사에게 의존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따라서 미·러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종전안의 핵심인 영토 문제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식 등 최대 난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단기간 내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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