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망가진 표현이 언어수단이었죠.”
작가 나야 마리 아이트는 2일 서울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책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을 줄곧 '칼의 책'이라고 칭했다.
아이트의 아들 칼은 25세에 비극적인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언어를 잃어버렸다. 오랜 기간 말도 할 수 없었고, 글도 쓸 수 없었다.
"아들 사망 후 6개월쯤부터 버스티켓이나 핸드폰에 단어를 하나씩 적기 시작했어요. 사망 후 9개월쯤부터는 문장 조각들을 조금씩 적었죠. 조각난 언어들이었어요. 이렇게 밖에 나의 경험을 표현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죠."
그는 이렇게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을 쓰기 시작했다. 파편화된 언어, 시와 산문, 아이들이 어렸을 때 썼던 일기와 편지, 문학 인용구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을 이용했다. "날 것의 감정이 생생했던 시기었죠. 슬픔, 충격, 비통함 속에서,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책을 썼어요."
그렇기에 이 책은 칼의 책이면서, 아이트의 책이다. "책 초반의 문장들은 당시 제 상태를 나타내요. 문장들이 짧죠. 제 상태가 나아지면서 문장들이 길어지기 시작하고요."
그는 '위로'를 말했다. 아들의 죽음 후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던 그는 애도와 관련된 글들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다른 작가들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었어요. 문학은 어떤 상황에서든 나 혼자가 아니란 것을 알려주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위로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놀랍죠."
또한 자신의 책이 누군가를 위로하길 바란다. "나만 겪는 문제나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는 게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과 사회 간 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멀지 않아요. 인간은 다르지 않아요.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다른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죠. 우리가 서로 분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그는 간담회 막바지에 희망을 말했다.
"어리석게 들릴 수 있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말하고 싶어요. 칼이 죽었을 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어요. 매해 애통과 비통의 물결이 조금씩 낮아진다는 느낌을 받아요. 엄청난 감정의 폭풍우가 서서히 줄어들더군요. 인간은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어요. 우리는 견딜 수 있는, 이겨낼 수 있는 존재예요."
한편, 나야 마리 아이트는 2020년 덴마크 한림원 대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2022년 일명 '작은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림원 북유럽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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