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대산 산업단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이 성사되면서 석유화학 산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내 3대 석화 산단 중 현시점 최대 규모인 여수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가동으로 향후 최대 산단이 될 울산에선 기업 간 이견으로 NCC 통합 논의에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 불안을 느끼는 노조도 강력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로 NCC 자율 감축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정부 측 엄포에도 불구하고 여수·울산산단 내 NCC 통합 논의는 답보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NCC를 팔려는 기업은 투자 비용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려는 기업은 낡은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설비 가치에 대한 양측 간 의견 차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게 LG화학·GS칼텍스 간 여수 NCC 통합 논의다. LG화학은 올 상반기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 자회사인 쿠웨이트 PIC와 진행 중이던 제2 공장 매각 논의가 무산된 이후 GS칼텍스와 NCC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LG화학 여수 NCC는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나프타를 공급받는 등 물리적으로 결합돼 있어 정유-석화 수직계열화 효과가 가장 큰 곳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GS칼텍스도 2022년 11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생산 설비인 혼합원료분해설비(MFC)를 준공한 만큼 LG화학 NCC를 인수할 요인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양측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두 회사가 보유한 설비의 정확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한화·DL)도 여수 NCC 통합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천NCC 재무 상황이 극도로 취약해 성사 가능성은 낮다. 지난 8월 한 차례 부도설이 불거진 여천NCC는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3000억원을 대여해준 후 출자전환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다만 내년 3월 21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추가로 도래하는 등 모회사의 지속적인 지원이 없으면 또 재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국내 산단보다 수익성이 높은 인도네시아 석화산단 '라인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라 여천NCC 설비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산단에선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이 NCC 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한 차례 자율 감축으로 재정 여력을 확보한 상황이라 불확실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 NCC 통합을 추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완공 후 상업가동을 예고했다. 원유에서 바로 에틸렌을 정제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연간 180만t의 에틸렌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자율 감축 목표 대비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한 학계 관계자는 "주요 석화 기업 간 재무 상황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정부가 지원금·펀드 등 명확한 '당근' 제시 없이 '일단 감축하라'고 압박한다고 기업들이 움직일지 의문"이라며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감축 목표·방안을 제시하고 국회가 특별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NCC 설비의 유의미한 감축과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율 감축안의 또 다른 장벽은 NCC 감축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직원들 반발이다. 벌써부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노조를 중심으로 집단행동 기류가 감지된다. 추후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케미칼 대산노조 관계자는 "국가가 개입해서 설비 감축을 진행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HD현대케미칼 노조와 연대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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