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알류미늄 품목이 최근 한미 양국이 발표한 팩트시트의 관세 인하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6월에는 철강 관세를 50%까지 올렸다.
이번 합의 결과를 놓고 철강업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종 특성상 쇳물 생산을 멈출 수 없고, 대부분 수출을 통해 살아남는 구조인데 고관세로 인해 수출길까지 막히게 됐다"며 "이번 한미 양국 협상을 통해 최소한의 관세 인하 결론이 나오길 학수고대했지만, 또 다시 외면받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협력 강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나, 철강 관련 내용은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미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고전 중이다. 관세 장벽으로 미국향 수출이 급감하면서 올해 1~9월 대미 철강 수출 금액은 27억8958만 달러로, 전년 동기(33억2117만 달러) 대비 16% 감소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6년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철강의 경우 -2.3%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이대로 가면 5년 뒤 △가격경쟁력 △생산성 △기술력 측면에서 모두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지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부담까지 더해지며 '사중고'에 처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길이 막히고 원가 부담은 늘어나는데 정부 차원의 방어장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면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가 마지막 희망으로 기대를 거는 것은 'K스틸법'이다. K-스틸법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의 기본 계획,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탈탄소 철강기술을 '녹색철강기술'로 지정하고, 기술 개발·투자에 대한 보조금·융자·세금감면·생산비용 지원 등을 명문화했다.
시장에서는 K스틸법이 올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시행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만큼, 국내 철강산업 위기 대응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가 반드시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여야 정쟁으로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한 차례 좌절됐다. 이에 업계는 오는 27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방안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대한 내용도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는 전력비가 전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 최근 3년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60% 이상 인상돼 업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오현석 계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철강산업은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큰 핵심 산업"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철강은 국가 산업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만큼, 우리도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현실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미국 내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US스틸을 인수한 것처럼, 결국 우리도 '현지 생산'을 통한 위기 돌파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이는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정부 차원의 정책금융 지원이나 세제 혜택이 병행돼야 생산 네트워크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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