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배트맨의 곁에는 충직한 집사 알프레드가 있다. 알프레드는 집사, 요리사, 간병 등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하는 만능꾼이자 배트맨의 정신적 멘토다. 알프레드와 같은 존재가 집집마다 함께하는 날이 어쩌면 언젠가 오겠다.
헤이테이트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지능연구단이 협업한 따뜻한 로봇 '알프레드'는 인간 친화적 로봇이다. 인간 곁에서 물리적·감성적으로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향한다. 알프레드의 표면 일부는 패브릭 등 부드러운 재질이어서 위협적인 로봇 스카이넷과는 거리가 멀다.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 모습에 가깝다고 할까.
지난 13일 찾은 디자인코리아 2025 전시 ‘디자인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들’에서는 AI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들이 소비자들의 감각과 경험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결과물들을 볼 수 있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방영준씨는 "알프레드는 사람과 공존해도 어색하지 않은 로봇을 생각하며 나온 결과물”이라며 “배트맨의 집사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로봇들이 지닌 강한 느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부드럽고 친근한 소재를 활용했다”며 “향후 알프레드가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데 AI가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등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디자이너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올해 디자인 코리아에 참석한 해외 주요 연사들은 오히려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누구나 AI 도구로 웬만한 디자인을 뚝딱 만들어내는 초능력을 갖게 된 만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하고 특별한 것'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것이란 조언이다.
쇼 구와모토 피그마 제품 총괄 부사장은 “간단한 프롬프트 몇 줄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며 “그럭저럭 괜찮은 디자인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드는 건 쉬워졌으나 차별화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위대하고 특별한 것을 만들어야 돋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PM) 간 영역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디자인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디자인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디자이너가 PM, 엔지니어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죠. 영역의 모호함은 더욱 가속화될 거예요. AI 도구를 통해 디자이너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배경이 제각각인 이들이 하나의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면서 작업의 과정이 한층 빨라지고 결과물도 개선되리라고 봐요."
디자인이 전하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줄리아 레이스 BMW 그룹 디자인웍스 IXD 디렉터는 “디자이너는 ‘내 아이디어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자인 스킬만으로는 부족해요. 메시지가 있어야 하죠. 적절한 이미지를 선택하는 필터링 능력을 비롯해 자신만의 스타일 구축, 새 아이디어 구상 능력 등이 중요해요."
그 역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고객 감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디자이너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킬 것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KIDP가 주관한 국내 최대 디자인종합박람회 ‘디자인코리아 2025’는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디자인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들’을 주제로 AI와 기술이 만들어가는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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