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AI 로봇 혁명과 인구정책 …따로 갈 수 없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한국은 지금 인구절벽이라는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합계출산율은 2024년 기준 0.75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20년부터 감소세에 돌입하였다. 반면 고령인구 비중은 빠르게 증가해 2025년 20%를 넘어설 예정이며, 2040년에는 34.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는 단순히 인구의 양적 축소를 넘어 경제성장률의 정체, 복지 지출의 급증, 노동공급의 붕괴, 지방 공동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AI 로봇혁명은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인지적·정신적 작업까지 자동화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단기간 내 상당수 직무의 대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조업, 물류, 간병, 가사 등 기존의 노동집약 산업뿐만 아니라 콜센터, 사무직, 번역, 콘텐츠 제작 등 화이트칼라 영역에서도 AI 로봇의 노동력 대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인구절벽에 의한 일자리 공급 감소 가능성을 걱정하면서 AI 로봇혁명에 따른 일자리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공급을 연계하여 인구정책과 AI 로봇혁명 기술 전략과 통합하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현재 한국이 직면한 인구절벽, 노동공급 감소, 지역소멸의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대응을 넘어서는 통합적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인구정책은 더 이상 출산율 제고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으며, 기술과 산업, 지역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지속 가능성의 설계가 요구된다. 특히 AI 로봇 기술의 발전은 노동의 재구성뿐 아니라 지역의 기능 유지와 산업 생태계의 전환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구감소 지역에 로봇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장기적으로는 AI 로봇이 지역의 산업구조 전환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균형발전계획 안에 기술전략을 포함해야 한다. 출산율 제고만을 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인구정책에서 벗어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기술과 연계하여 구축해야 한다.
 
간병·돌봄 로봇은 고령자의 일상생활을 보조하고, 협동로봇과 농업로봇은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유아보육 로봇과 가사지원 로봇은 출산과 육아 부담을 경감시키며, 가족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지역 보건의료의 낙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인력의 역할을 보완하고 보건의료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노동공급의 양적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AI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직무군을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로봇화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간병, 조립, 물류, 청소, 농업 등 반복적·육체적 노동이 중심이 되는 직무군은 로봇을 통해 상당 부분 보완이 가능하다. 정부는 산업별·직무별로 로봇화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기술 보급이 필요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AI 로봇 기술을 중심으로 부품, 플랫폼, 응용 기술 개발 기업에 대한 R&D 지원과 기술 실증 기반의 수요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술 인프라를 지방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지역별 산업 특성과 연계한 로봇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해당 지역에서 직접 로봇을 생산·운용·보수하는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 가령 간병로봇 중심의 충청권, 농업로봇 중심의 전북, 협동로봇 중심의 경남 등과 같은 지역 특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로봇과 함께 일하는 환경이 일반화됨에 따라 노동법, 산업안전법, 고용보험 등의 법적·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로봇 활용 노동의 법적 지위, 노동자와의 책임 분담, 안전 기준 등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동시에 로봇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와 전환기 소득 지원 제도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AI 로봇 산업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확산을 넘어, 노동공급 체계를 질적으로 재설계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기술과 고용, 교육과 산업, 제도와 윤리가 통합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만, AI 로봇혁명이 일자리 상실의 위기가 아니라 노동구조 혁신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AI 투자 전략에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로봇·제조 융합 분야에 인구감소 대응형 로봇 개념을 포함하여, 간병·가사·농업·물류 등 인력공백이 심각한 분야를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 자금 중 일부를 지역 AI 로봇 보급 및 운용 인력 양성에 특화하여 정부 주도 또는 지자체·산업·대학 협력모델로 추진하고, 정부의 지역균형 정책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구위기 대응형 AI 로봇 혁명의 연계로 선도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관련 산업의 글로벌 확산도 가능할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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