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0.6%에 머물렀다. 지출 부문별로는 민간소비 0.9%, 정부소비 2.6%, 건설투자 -11.4%, 설비투자 3.4%, 수출 4.5% 증가하여 건설투자와 민간소비가 저조했다. 2024년 기준으로 가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4%로 가장 높다. 총공급이 총수요를 견인하지만 총수요가 총공급을 받아주지 않으면 재고 증가로 성장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가계소비가 부진해도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면 총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의 비중이 44.4%가 되는 국가라는 점에서 수출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소비지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이 감소되고 있어 문제이다. 2014년 GDP 대비 가계소비의 비중은 49.3%였으나 46.4%로 2.9%포인트 감소했다. 즉 가계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낮다. 소비지출은 소비여력과 소비성향에 의하여 결정된다. 소비여력은 소득이 증가하여야 늘어나고 비소비지출(조세, 사회보험료 등)에 의하여 제한되고, 소비성향은 국민이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의하여 정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기초로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4∼2024년 기간 중 소비성향은 73.6%에서 70.3%로 감소했다. 소비성향은 연령계층별로 다르다. 30대 이하는 73.7%에서 71.6%로, 40대는 76.5%에서 76.2%로, 50대는 70.3%에서 68.3%로, 60대는 69.3%에서 62.4%로, 70대는 79.3%에서 76.3%로 낮아졌다. 모든 연령계층에서 소비성향이 낮아졌지만 인구비중이 높은 60대 소비성향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낮아진 것은 조세와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동기간에 조세부담률과 사회보장부담률을 합한 국민부담률은 23.4%에서 26.9% 늘어났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정부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국민부담률도 함께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소비여력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2024년 기준으로 50대의 소비성향 62.4%는 50대의 68.3%보다 낮고, 70대의 79.3%에 비해서 크게 낮다. 50대와 70대의 중간에 있는 60대의 소비성향이 크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60대에 들어가면 은퇴로 근로소득이 대폭 감소되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이 63세여서 법정 정년인 60세와 비교할 때 3년간의 소득공백기간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소득의 감소 폭 이상으로 소비를 대폭 줄인다. 노후불안으로 소득이 있다 해도 선뜻 소비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성향은 소득수준에 따라서도 다르다. 2025년 2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소득계층의 평균소비성향은 128.1%로 소득보다 소비가 더 많다. 20∼40% 소득계층은 80.1%, 40∼60% 소득계층은 71.3%, 60∼80% 소득계층은 71.2%, 상위 20% 소득계층은 59.8%로 크게 낮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성향이 낮아지는 경향성이 있지만 상위 20% 소득계층의 소비성향은 과도하게 낮다. 소비여력이 있는 상위 20%의 소비지출이 늘어야 평균소비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 부자는 소비성향이 낮지만 그나마 소비를 해도 해외 명품 소비를 즐기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강하면 국내 소비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비 항목별로 보면 2014∼2024년 기간 중 보건, 오락문화, 음식·숙박, 주거·수도 비중은 높아졌다. 반면에 식료품·음료, 의류·신발, 교육 등의 비중은 낮아졌다. 이러한 비중 변화는 국민의 연령 분포에서 고령자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노인인구비율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소비지출은 더욱 빠르게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저출생·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의 중장기 소득 여건을 악화시키고 소비성향을 낮추면서 민간소비를 계속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의 비중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이들 소비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루어지면 소비지출이 증가해도 GDP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24년 연간 기준 관광 수입은 165억 달러, 관광 지출은 265억 달러로 관광수지 적자는 100억 달러 규모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14조원 더 많이 해외에서 소비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것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겪고 있는 문제이다. 일본은 고령자의 소비지출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이는 고령자의 소비성향이 오히려 높은 유럽, 미국 등과는 크게 다른 현상이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유럽 국가들은 높고 한국·일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일본의 노인들은 본인의 소비보다 자녀에게 유산을 주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소비지출은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국민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됨을 알 수 있다. 미래 소비보다는 현재 소비를 중시해야, 자녀를 위한 저축보다는 자신을 위한 소비를 중시해야 소비지출이 증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소비보다는 저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과 배치되는 정책의 딜레마가 있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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