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경제활동별 실질 국내총생산 통계에 의하면, 건설업은 전년동기 대비 –10.9%의 후퇴를 보였다. 이는 국내총생산이 0.6% 성장한 것에 비해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저성장에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건설투자 역시 전년동기 대비 –11.4%를 기록하여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업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GDP 대비 건설업의 비율은 2013년에는 4.4%이고, 2024년에는 4.8%이지만, 지출 기준으로는 2013년 14.1%에서 2024년에는 13.9%를 점하고 있다.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5% 수준이지만, 지출기준으로는 14%인 것은 건설업의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막대함을 잘 보여준다. 건설업의 취업자 비중은 6.6%로 191만명에 이르나, 전년동월 대비 –6.5%로 13만2000명이 감소했지만 191만명에게 직접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건설업 위기를 알리는 지표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년 1분기 비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10.26%로 2018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7월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총 309건을 기록했다. 금년 건설사가 금융기관 대신 갚아야 했던 대위변제 규모가 1500억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는 중견·중소 건설 업체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더해 사회간접자본 투자 부진 등으로 토목공사 감소 등으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악재가 여기저기 터지고 있다. 발등의 불은 건설업의 고질병인 산업재해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은 1.59(만분율)로, 10대국 가운데 가장 높다. 동 기간 10대국 평균 0.78과 비교할 때, 한국은 두 배 이상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망사고로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건설업에서 산재 사고를 완전히 일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사비의 빠른 증가도 건설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이 2024년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전국 정비사업장 중 65개 사업장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 정비사업장 평균 공사비는 3.3㎡당 843만원으로, 2021년의 578만원 대비 1.5배 급증했다. 건설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국제 시세 변동에 따라 상승했고, 인력난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 기간에 전반적으로 물가가 인상되었지만, 건설업에서의 비용부담 증가가 뚜렷하다.
건설업 취업자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0·30대 비중이 크게 감소하며, 건설현장에서 젊은 일손이 빠르게 줄고 있다. 6월 기준으로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8세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비중은 28.1%이나, 20·30대 비중은 16.2%에 불과했다. 산업재해 불안과 취약한 근로환경이 젊은 인력이 건설업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건설관련 재학생 중 건설업 취업 희망자 비율은 19%로 나타나고 있다. 내국인의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산재 발생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건설 경기가 심각한 침체 상태에 있다는 것이 근본 문제이다. 건설 경기는 부동산 경제의 침체와 연결되어 있다. 7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057가구로 6월보다 1.3%(341가구)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22개월 연속 증가하다 6월 처음으로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준공 후 미분양의 83.5%(2만2589가구)는 지방의 주택으로 집계된다.
건설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올해 1월 0.08% 수준이었으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3월 0.52%까지 상승했다. 이후 소폭 등락을 반복하다 대선 직후인 6월 0.95%까지 상승하며 2018년 9월(1.25%)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6·27 대출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수요억제를 통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 더욱 빠져드는 부동산 정책의 딜레마가 현존한다.
지난 9월 7일 정부는 수도권에 2030년까지 매년 27만 가구씩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토지거래허가제 개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아파트 공급 확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면서,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지방의 부동산 경기 침체이다. 정부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꽁꽁 언 발을 녹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6년 국가예산 중 SOC(사회간접자본) 분야에 2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2025년보다 약 8% 증액 편성된 것은 건설경기 진작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건설업은 국내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문제는 속도이다.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이 빠르게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산업재해를 낮추기 위한 정부 노력은 높게 평가되나 엄포와 제재만으로는 안 된다. 노란봉투법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져야 건설경기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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