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자동화가 만든 'K-라면 표준'… 농심 구미공장의 35년 진화

  • AI 품질관리·스마트팩토리로 생산 혁신

  • '매운맛의 표준'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농심 구미공장 생산공정 사진농심
농심 구미공장 생산공정 [사진=농심]

지난 7일 찾은 경북 구미시 산동면의 농심 구미공장은 오전부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갓 튀긴 면발들이 쉼 없이 지나가고, 포장 라인에서는 붉은 봉지가 일정한 속도로 박스에 담겼다. 구미공장에선 라인당 분당 600개, 하루 최대 665만개(봉지면·용기면·스낵 포함)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전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4분의 3분이 이곳 구미공장에서 만들어진다.

1991년 가동을 시작한 구미공장은 농심 라면 생산의 중심지이자 'K-라면의 심장'으로 불린다.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등 주력 제품을 비롯해 수출용 제품까지 다양한 라면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반죽부터 절출·증숙·유탕·냉각·포장에 이르는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다.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장은 "구미공장은 농심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신기술을 가장 먼저 테스트하는 곳"이라며 "구미공장에 도입된 AI 검사 시스템은 외부 용역이 아닌 내부 인력이 직접 학습해 구축한 것이다. 생산 전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하며 품질과 위생을 한층 강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미공장은 2020년부터 인공지능(AI)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포장 상태 등 제품 외관을 자동 점검하고, 불량을 실시간으로 검출해 품질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공장 내부는 생산 효율과 안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AI 센서가 불량 유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중앙관제실에서는 모든 라인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주요 설비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장비가 적용돼 있으며, 공정의 온도와 습도 등 주요 변수는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안전구역에는 AI CCTV가 설치돼 설비 이상이나 위험 행동이 감지되면 즉시 경보가 울린다.

이 같은 품질에 대한 집착은 현재의 농심을 만든 기반이기도 하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농심은 '라면의 표준'을 스스로 세워 업계를 선도했다. 일본의 봉지라면 표준 중량이 100g일 때 농심은 120g으로 출발했다. 한 끼로 충분한 양, 넉넉한 인심이 브랜드 철학의 출발점이었다. 수출 물량에도 '라면(Ramyun)' 표기를 고수하며 한국의 발음과 정서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심 구미공장 생산공정 사진김현아 기자
농심 구미공장 생산공정 [사진=김현아 기자]

이 철학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했다. 농심은 신라면을 통해 한국식 매운맛을 세계의 언어로 만들었다. 'Spicy Happiness In Noodles(라면 한 그릇에 담긴 매콤한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매운맛을 단순한 자극이 아닌 즐거움으로 확장했다. 현재 신라면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식 매운맛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농심은 구미공장에서 검증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기반으로 전사적인 생산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을 중심으로 생산 효율과 품질 기준을 표준화하는 단계에 있다.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건립 중인 수출 전용공장이 내년 하반기 완공되면, 구미와 함께 글로벌 생산 거점 체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농심은 내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기술과 감성, 브랜드 철학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비전을 준비 중이다. 심규철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농심은 신라면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며 "K-푸드의 대표 브랜드로서 한국식 매운맛의 가치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공장장은 "구미공장은 농심의 기술력과 품질 철학을 상징하는 생산기지이자 글로벌 도약의 출발점"이라며 "한 봉지의 라면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같은 맛과 신뢰를 전할 수 있도록, 구미에서 품질의 기준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