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엇박자 부동산이 부른 신뢰 파괴… 말이 아니라 일로 증명하라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부동산은 경제의 체온계다. 체온이 요동할 때 의사는 환자를 탓하지 않는다. 원인을 찾고 처방을 고친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풍경은 정반대다. 정책은 오락가락하고, 시장은 혼란스럽다. 신뢰가 붕괴된 자리에서 투기와 불안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 공급 확대를 약속하며 "공급으로 시장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수도권 135만 호 공급,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이 명확한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두 달 뒤, 수요 봉쇄와 거래 동결로 방향을 틀었다. 말과 행동이 서로 부정한 순간, 시장은 응답했다. 구리·동탄을 비롯한 비규제 지역의 급등, 강남3구 최고가 거래 폭증, 전세 대란…. 모두 李정부의 불신이 낳은 결과다. "잡겠다"던 투기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고, 대신 세입자와 실수요자가 희생양이 되었다.
 정책은 방향의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성의 문제다. 공급을 말하다가 재건축 문턱을 올리고, 시장 안정이라 외치며 대출을 묶는다. 그 사이 돈있는 자들은 강남으로 모여들고, 서민은 전세 폭등 앞에서 신용대출 창구를 두드린다. 서울 외곽에는 '마이너스 피'가 쏟아지고, 신규 입주자들은 잔금 마련에 허덕인다. 풍선효과를 막겠다며 초광역규제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풍선의 방향만 바꿔준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정책에 대한 기본 신뢰의 복원이다. 이 신뢰가 무너진 이상, 백 번의 공급 발표도 약발이 없다. 부동산 정책은 정보전이 아니라 실행전이다.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제 착공, 실제 분양, 실제 철거의 속도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10·15대책 이전으로 시곗바늘을 되돌려야 한다. 과도한 규제의 되풀이가 아닌,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 거래를 옥죄는 대출 규제는 완화하되,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안전장치를 보완하면 된다. 투기억제는 필요하지만, 서민의 주거사다리까지 걷어차선 안 된다. 둘째,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인구·수요가 지속되는 수도권에서 공급 없는 안정은 허상이다. 서울의 노후주택 비중은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 시장을 향해 "믿으라"고 말하려면, 규제를 걷고 삽을 뜨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셋째,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성을 복원해야 한다. 시장은 변덕을 싫어한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시장은 강남과 비규제 지역에 몰린다. "언제 또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신이 투기를 부르는 것이다. 넷째, 서울과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부동산은 중앙만의 해법으로 풀 수 없다. 서울은 가장 큰 시장이자, 가장 큰 리스크다. 서울이 안정되면 전국이 따라 안정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지난 3년간 서울의 주택·도시정책을 이끌어온 오세훈 시장이다. 그는 재건축 정상화, 도심복합 공급, 주거 상향 모델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방향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장에서 "서울만이라도 일관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근거다. 
더욱이 오세훈 시장의 행보는 단순한 '서울시장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향후 정치지형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의 부동산 실정이 심화될수록, 지방정부에서 검증된 실천형 지도자의 가치가 부각된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실사구시형 지도자를 원하는 목소리가 자라날 것이다. 만약 향후 여권의 경기지사 후보군이 정리될 때, 오세훈의 '도시정책 브랜드'는 강력한 자산이 된다. 서울과 수도권을 아우르는 구상이 현실화될 때, 무너진 주거 신뢰는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물론 부동산은 정치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주거시장은 정치가 흔들면 곧바로 국민의 삶이 흔들리는 지점에 서 있다. 그래서 더 절실하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실전이다. 필사(必死)란 말은 위기 때 자주 쓰이지만, 정책은 죽기 살기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조 전환을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면 신뢰 회복의 첫 발을 내딛을 것인가.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국민 역시 그렇다. 실패한 처방을 고집하며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뒤늦은 반성이라도 통해 시장 신뢰를 되살릴 것인가.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묻는다. 정책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지금이 바로 그 결과를 바꿀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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