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는 늘 선택의 순간이 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은 단순한 전술이 아니라 운명을 가른다. 지금 국민의힘이 서 있는 자리가 그렇다. 당심을 따를 것인가, 수도권 민심을 읽을 것인가. 보수의 갈림길은 생각보다 분명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이후 당내 기류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은 "당원의 뜻이 곧 정당의 정통성"이라 말한다. 또 다른 한쪽은 "수도권 민심을 잃으면 정당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고 말한다.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선거는 원칙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장동혁 대표는 정면돌파를 택할 태세다. 전당원 투표 카드까지 꺼냈다. 당 대표의 정당성은 당원에게 있다는 논리다. 정치는 세력의 싸움이기도 하다. 장 대표의 선택은 계산된 승부수일 것이다. 당심을 결집하면 지도부 장악력은 강화된다. 내부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당심은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투표장은 당원이 아니라 국민이 들어간다. 특히 수도권은 더욱 그렇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의 결과는 명확했다. 보수의 승패는 수도권에서 갈렸다. 그 수도권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계엄 사태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른 길을 택했다."절윤은 피해갈 수 없는 보수의 길"이라고 선언했다. 사과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노선을 정리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상처를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는 표현은 너무 강하게 들렸다. 이것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다. 수도권 정치인의 본능적 판단이기도 하다. 오 시장의 정치 구력은 장 대표를 한참 앞선다.
오 시장 역시 쉬운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당내 친윤 세력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배신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사면초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다. 수도권에서 패배하면 그 어떤 명분도 무의미해진다는 사실을.
결국 두 사람 모두 정면돌파를 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장동혁은 당심을 믿고, 오세훈은 민심을 본다. 한 사람은 조직을, 다른 한 사람은 확장성을 택했다. 이 싸움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다. 보수가 어떤 정당으로 남을 것인가의 문제다.
보수가 스스로를 지지하는 사람들만을 향해 닫히면, 그것은 안정이 아니라 축소다. 반대로 스스로를 부정하기만 해도 길은 없다. 필요한 것은 책임을 인정하고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다. 수도권 민심은 그 지점을 본다. 반성과 쇄신이 진짜인지, 말뿐인지 냉정하게 가려낸다.
보수의 갈림길은 이미 열렸다. 당심의 결집으로 내부를 지킬 것인가, 민심의 확장으로 외연을 넓힐 것인가. 답은 머지않아 선거가 말해줄 것이다. 이번 싸움은 인물의 흥망을 넘어 보수의 방향을 정하는 시험대다. 그리고 시험대는 언제나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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