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1주년 ②] "G2는 동등한 파트너" 미중관계 전환점 맞나

  • 트럼프가 인정한 G2...미중 힘의 역학 변화

  • 트럼프 "中 제압보다 협력..美 더 강해져"

  • 핵심이익 '단호히 투쟁'...공동이익 '협력'

  • 오바마 '관여'→바이든 '봉쇄'→트럼프 '공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관계의 획기적 전환점이다. 미국이 중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 고문을 맡았던 중국 대표 경제브레인 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경제학과 교수가 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중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트럼프가 인정한 G2...미중 힘의 역학 변화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11월 5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에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던 '대화모드'도 잠시, 올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포문을 열었다.

중국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맞불관세로 맞섰고, 양국은 100%가 넘는 고율 관세부터 희토류 반도체 등 첨단소재 수출통제, 반독점 조사, 기업 블랙리스트 등 상대국을 겨냥한 온갖 제재 조치를 주고받으며 양국 관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트럼프 2.0시대의 관세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온 중국은 6년전 트럼프 1기 무역전쟁때와는 달라졌다. '네가 하면 나도 하고, 네가 물러서면 나도 물러난다'는 중국식 대응에 트럼프의 전술도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이 내놓은 희토류 수출통제는 미국의 첨단 방위산업과 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한 초강수 카드로, 미국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1기때와 비교해) 두 정상간 사이의 힘의 균형 변화가 뚜렷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미중 양국이 5월 제네바 무역회담을 시작으로 런던·스톡홀름·마드리드·쿠알라룸푸르까지 모두 5차례 무역협상을 걸친 끝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약 10개월 만에 미중 정상이 첫 대면 회담을 하게 된 배경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BNP 파리바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은 이제 자국에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동등한 경쟁자(중국)를 상대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있어 비교적 새로운 입장으로, 적어도 우리에게는 중국이 세계 경제 초강대국 지위에 올랐음을 확인시켜주는 발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미국과 중국을 묶어서 ‘G2(주요2개국)’라고 부르는가 하면, 지난 3일 CBS와의 인터뷰에선 “중국을 제압하는 것보다 협력함으로써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 외교매체 더디플로맷은 “최소한 중국을 (미국의) 동등한 존재로 인정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핵심이익 '단호히 투쟁'...공동이익 '협력'

류야웨이 미국 카터센터 중국프로젝트 주임도 지난 1일 카터센터가 온라인으로 발간하는 '미중인식모니터'(USCNPM) 중국어판 ‘중미인상(中美印象)’에 올린 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정책 방향을) ‘대립적 접근’에서 ‘공존적 접근’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 알래스카주 석유 가스 탐사 참여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중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제안한 것은 "양국관계에서 중국은 더 이상 '분리'가 아닌 '재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류 주임은 전했다.

실제 시 주석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과 중국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에서 공통점을 찾으며 양국간 정책 융합을 모색했다. 불법 이민 및 통신 사기 방지, 자금 세탁 방지, 인공지능(AI), 전염병 대응 등 분야에서 협력도 제안했다. 대만 등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단호한 투쟁을 지속하는 동시에, 공동의 이익 분야에서의 조율과 협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또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고,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초청하는 등 고위급 소통을 강화하는 등 앞으로 양국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임도 시사했다.

물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기술 영역에서 패권경쟁 등 미중간 핵심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은 앞으로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부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를 놓고도 충돌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다오쿠이 교수는 “무역, 금융,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갈등은 결국 해결될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며 “더 중요한 것은 양국간 평등한 파트너십이 우크라이나, 대만, 남중국해, 중동 안보와 같은 더 큰 문제에 대한 참여를 촉진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오바마 시대의 ‘관여’, 바이든 시대의 ‘봉쇄’에 이어 트럼프 2기에 또 다른 미중간 ‘새로운 길’이 등장할 토대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류야웨이 주임은 “미중 양국이 ‘공격’에서 ‘교착’으로, '봉쇄'에서 ‘포용’으로 ‘적대’에서 ‘타산’으로 조용한 방향 전환을 겪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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