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CDM은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를 뜻하는 약자로, 배출권거래제(ET), 공동이행제(JI)와 함께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3가지 시장 기반 체제 중 하나이다. CDM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가진 선진국(교토의정서의 부속서 국가)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하여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시행하고, 그 사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을 선진국의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CDM의 문제점은 개도국 투자사업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발행된 탄소 크레딧이 이중계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 체제가 교토의정서에서 파리협약으로 전환하며 이중계산 문제는 더 중요한 논점이 되었다.
이중계산
CDM의 탄소 크레딧인 CER(Certified Emission Reduction)과 관련하여 제기된 ‘이중계산’은 파리협약이 출범하며 이미 검토되어 협약 6조에 대책이 담겨 있다. 이중계산이 표면화한 것은 파리협약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전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부속서 국가), 즉 감축 의무국만에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과했고, 개발도상국엔 부과하지 않았다. 파리협약식으로 말하면 선진국만 NDC를 수립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CDM 사업을 통해 개도국에서 생성한 CER을 선진국이 구매하여 사용해도, 개도국이 해당하는 감축 실적을 자기 것으로 주장할 이유가 없었기에 원론상 국가 간의 이중계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파리협약은 선진국·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국가가 NDC를 수립하고 보고해야 한다. 따라서 NDC 체제에서는 CER을 국제적으로 거래했을 때 실제 감축 국가가 그 감축분을 자신의 NDC 달성 실적으로도 계산하고, CER을 구매한 국가도 자신의 NDC 달성 실적으로 계산하는 이중계산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파리협약(제6조)은 교토의정서의 탄소 시장 메커니즘을 인정하되, 이중계산을 방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그 해법으로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 회계를 도입했다.
환경단체 등은 또 다른 ‘이중계산’을 지적한다. 이 지적은 ‘추가성(Additionality)’ 문제와 이어지며 크레딧의 과다 발행 비판이 나오는 근거가 된다. 추가성이란 프로젝트가 CDM에 등록됨으로써 발생한 ‘추가’적인 감축분만을 크레딧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크레딧을 발행하지 않았더라도 “원래 진행되었을(BAU, Business-as-Usual)” 온실가스 감축프로젝트에는 이론상 크레딧을 부여해선 안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부 CDM 프로젝트의 추가성이 없거나 부족한 감축분에 대해서도 크레딧을 부여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크레딧은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크레딧을 구매한 선진국(또는 기업)에게 배출 권한을 부여하여 결과적으로 전 지구의 배출량을 늘리게 된다. 비판자들은 추가성이 없는 크레딧을 사용하는 것 또한 일종의 환경적 이중계산으로 본다. 국가간의 이중계산에 비해 환경적 이중계산은 파악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시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 위해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파리협약 중 시장 메커니즘을 규정한 제6.4조는 과거 CDM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중계산 및 추가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욱 엄격한 규칙을 마련하는 데 노력했다. 교토의정서의 CDM을 이어받으면서 추가성 부족과 이중계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찾는 데 사실상 10년이 흐른 셈이다.
파리협약 제6조 4항(Article 6.4)
지난 10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파리협약 제6조 4항(Article 6.4) 감독기구는 방법론전문위원회가 개발한 파리협약 제6조 4항에 따른 ‘파리협약 신용 메커니즘(PACM, Paris Agreement Crediting Mechanism) 하의 첫 번째 방법론을 공식 추천했다. 이로써 태양광이나 풍력 등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이 탄소저감 프로젝트로 인정받아 국제적으로 거래 가능한 크레딧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파리협약이 도입한 새로운 세대 탄소시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파리협약 신용 메커니즘(PACM)'은 과거 교토의정서의 CDM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정교한 검증·회계 절차를 통해 이중계산을 원천 차단하고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리협약 제6조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각국의 NDC 달성을 지원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중 제6조 4항은 국제적으로 거래 가능한 탄소저감 크레딧을 생성·교환하는 체계를 제공한다. 교토의정서의 CDM에 해당하는 체계이다.
따라서 6.4조 구조에서 개도국은 저탄소 사업을 수행해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면 그 실적을 크레딧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 선진국이나 기업이 이 크레딧을 구매하면 저감 실적을 자국의 감축 목표 달성에 반영할 수 있다.
이때 '상응조정'이 적용된다. 감축 실적을 인정받아 크레딧을 판매한 국가는 자국의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그만큼을 차감해야 하며 이를 통해 동일한 감축량이 두 나라 통계에 동시에 반영되는 이중계산이 방지된다.
방법론전문위원회는 △투명하고 보수적인 접근 △통상상황(BAU) 이하의 기준선 설정 △국가의 NDC 및 파리협약 목표와 정렬 △누락수요(suppressed demand) 및 누출(leakage) 리스크 관리 △비영속성(non-permanence) 대응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배출 저감뿐 아니라 미래의 탄소제거 프로젝트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지난 10일 제안된 첫 방법론은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약 3배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와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개도국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충할 명확한 유인을 얻게 되고, 선진국 및 민간기업은 이 시장을 통해 투자와 크레딧 구매에 참여할 통로를 확보한다. 동시에 탄소시장 기반의 금융흐름이 증가함으로써 향후 기후재원 조달의 새로운 축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방법론은 추천(recommendation)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6.4조 감독기구의 채택ㆍ승인을 거쳐 COP30 등의 공식 채택 후 제도가 가동된다.
'상쇄' 제도 자체의 문제점?
6.4조 감독기관은 현재 산림, 농업, 산업 부문에서는 방법론이 아직 승인되지 않아 전체 메커니즘의 완전한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도화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걱정이 국제 탄소시장의 앞날을 밝게만 보게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과거 CDM에서 발생한 문제가 새로운 시장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다. 이중계산은 논외로 하고 실제 감축된 양보다 과도하게 탄소 크레딧을 발행하는 과대발행과, 사업이 크레딧 없이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었음에도 감축으로 인정받는 추가성 부족은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감축량 산정 과정에서 제3자의 엄밀한 검증이 부족해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카본마켓워치의 미얀마 탄소 크레딧 분석은 이러한 우려가 우려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카본마켓워치는 파리협약 6.4조에 따른 최초의 탄소 배출권을 발행할 예정인 미얀마의 프로젝트 PoA10415를 조사했다. 2021~2022년 크레딧 기간의 첫 번째 부분의 프로젝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프로젝트는 동료 검토를 거친 과학 문헌의 값과 비교하여 예상보다 26배 더 많은 크레딧을 발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카본마켓위치는 밝혔다. 정량화 방법이 의심스러운 19개의 다른 비슷한 프로젝트가 현재 6.4조 메커니즘으로 전환하기 위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카본마켓워치는 이 크레딧들의 신뢰성에 강한 의심을 나타냈다.
지난 3월 현재 CDM의 1389개 프로젝트와 119개 활동 프로그램이 제6.4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문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심스러운 자격 증명을 가진 채 표지갈이를 한 CDM 크레딧이 초기 6.4조 시장에 넘쳐날 수 있다는 얘기다.
카본마켓워치 등 비판자들은 파리협약 제6조에 따라 새로 크레딧으로 인정 받기 위해 대기 중인 기존 CDM 프로젝트들에 대해 독립적인 품질 평가에 의해 검증되고 기본 크레딧 방법론이 수정될 때까지 승인을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기존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싸움에 해를 끼치고 6.4조 시장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DM의 파리협약 체제 내 전환을 중단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탄소 시장의 규칙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유엔 기관인 제6.4조 감독기구가 전환 프로젝트가 완전히 파리협약에 부합하도록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답은 나와 있다.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기준선이 현실적이어야 하고 감축의 추가성·누출 리스크 관리 및 비영속성 대응이 철저해야 한다. 등록·검증 절차에서 완전한 투명성이 실현되어야 한다. 기후단체들은 탄소 크레딧 제도가 배출 감축의 대체수단으로 오용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연합(EU) 등에서 국가의 감축 노력을 회피하고 크레딧을 구매해 목표를 채우는 방식을 쓰는 것은 파리협약의 근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CDM 등이 들여온 상쇄(Offset) 구조는 탄소 크레딧을 구매함으로써 성장 산업이 발전을 지속할 수 있고, 시장 기능을 통한 탄소저감 동기부여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시장과 달리 시장 규칙이 엄격히 준수되지 않고 있고 또한 시장 감독기구의 기능이 전 세계에 전일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아 시장 신뢰도가 낮은 상태이다. 6.4조 시장의 성패는 상쇄 회의론에 맞서 추가성을 확보한 투명하고 신뢰성 높은 크레딧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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