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난임 부부를 위한 시술 지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반복적인 시술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각해 이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난임 시술 건강영향평가 및 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는 난임 시술이 여성과 자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여성들은 난임 시술 과정에서 난소과자극증후군(OHSS), 자궁 외 임신, 다태 임신 같은 단기 합병증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태 임신은 임신중독증이나 당뇨 위험을 높이고,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으로 이어져 신생아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반복된 호르몬 투여가 경계성 난소 종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시술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두드러졋다. 연구진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술 후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시술 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시술 횟수가 늘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 건강은 더욱 악화했다.
반복되는 실패로 인한 좌절감, 죄책감,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일부는 자살 충동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심리 상담 이용 경험률은 8.3%에 그쳐, 정서적 지지 체계가 매우 부족한 현실을 드러냈다.
국내 난임 진단자는 2020년 22만8000여명에서 2023년 30만400여명으로 4년 새 31.4% 증가했다. 남성 난임 진단자는 지난해 10만명을 넘어섰다. 시술 건수는 2022년 기준 연 20만건을 돌파했으며, 체외수정으로 생성되는 배아는 연간 78만개를 넘어섰다.
정부도 저출생 대책으로 난임 시술 지원을 '부부당 25회'에서 '출산당 25회'로 늘리고, 45세 이상 여성의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췄다.
연구진은 안전한 난임 시술 환경 조성을 위해 △다태아 임신 최소화를 위한 단일 배아 이식 원칙 강화 △시술 부작용 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 △시술 여성과 자녀의 중장기 건강 추적 시스템 마련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 확대 및 내실화 등 정서적 지원 강화를 시급한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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