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청년·서민의 '집 사다리'를 걷어차선 안 된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민주당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는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을 내세웠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절망과 체념뿐이다. 특히 서울 진입을 꿈꾸는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에겐 이번 대책은 희망이 아니라 장벽으로 다가왔다. 정책의 결과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막는다면 그것은 '부동산 안정'이 아니라 '세대 절망'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대출 총량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실거주 의무 강화다. 그러나 그 칼끝이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에게 먼저 꽂혔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9억원을 넘어섰지만 맞벌이 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대출 한도는 8억원이 고작이다. 청년층은 학자금과 생활대출에 이미 묶여 있어 주택시장 진입은 더 요원하다. 이러다간 부모의 자산을 상속받은 일부만이 서울에 정착하고, 사회의 사다리는 완전히 끊어질 것이다.

 이 같은 규제 일변도 정책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31만호 주택공급'에도 직격탄이 된다. 수요가 얼어붙으면 공급의 추진력도 사라진다. 거래절벽이 오면 분양 흡수율은 떨어지고, 조합원 분담금은 늘며, PF 조달이 막혀 사업은 멈춘다. 오세훈 시장이 강조하는 신속통합기획 2.0이 도면 위에서만 맴돌 우려가 크다. 결국 이번 대책은 '시장 안정'이 아니라 '시장 위축'으로 귀결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열어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세제의 방향이 불명확하니 시장은 더 움츠러든다. 이쯤 되면 이번 대책은 야당 지적대로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부동산 계엄령'에 가깝다. 국민의 거주이전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마땅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0년대 중반 세금을 높이고 대출을 막았지만, 오히려 강남 집값은 두 배 뛰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스물여덟 차례의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집값 폭등'이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풀고 거래세를 낮춰 시장의 숨통을 틔웠고,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부동산은 '심리의 경제'다. 규제가 공포로 작동하면 시장은 얼어붙고, 실수요자는 밀려난다. 이 단순한 시장 원리를 외면한 것이 민주당식 부동산 정책의 실패였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균형감 있는 '핀셋 정책'이다. 서울시는 이미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대출·세제지원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서울형 모기지'나 장기 저리의 청년전용 주택자금 지원제도는 그 좋은 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나 무주택자에게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까지 상향하고, 한시적으로 DSR을 완화해 숨통을 틔워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는 간소한 절차로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갭투자 차단'과 '실수요 보호'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오세훈 시장의 '31만호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그 철학은 바로 '누가 그 집을 살 수 있느냐'에 있다. 서울시가 청년·신혼부부·서민에게 대출·세제·이자보전 등 다층적 지원을 확대한다면, 이번 정부의 규제 후폭풍 속에서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오 시장이 추진 중인 '서울형 모기지'와 청년 맞춤형 장기저리 상품은 그런 점에서 시대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결국 주택은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청년과 서민은 투기세력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다. 정부는 규제의 강도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서울에서 나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핀셋형 지원정책'이야말로 세대 희망의 마지막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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