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잇따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 확장세가 가팔라지며 제형·기술 다변화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2일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 1000억 달러(약 139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170여개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이 개발 중인 가운데 국내 기업도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재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주사제가 주도하고 있다.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주사제 형태라 투여 불편이 따른다는 한계도 있다. 사용 중단 시 나타나는 요요 현상과 위장관 관련 부작용 등 한계도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미충족 수요를 겨냥해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방 감량과 근육 기능 개선을 동시에 겨냥한 신약 후보 물질 'HM17321'을 개발 중이다. 기존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 손실이 불가피했지만, HM17321은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면서 근육 기능은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GLP-1 계열이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줄인다면, HM17321은 스트레스 회복에 관여하는 단백질 수용체 'CRF2'를 자극해 지방을 줄이고 근 기능을 개선하는 새로운 기전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고령층 비만이나 근감소증 환자에서도 건강한 체중 감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으며,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주사제의 불편함을 줄이는 패치형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현재 상용화된 위고비·마운자로 등은 모두 주 1회 피하주사 형태다. 개발 중인 'DWRX5003'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구현한 제품으로, 주사 투여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로니들 치료제는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1 수준인 미세 바늘이 녹아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화장품 분야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다. 상온 보관이 가능한 만큼 별도의 냉장 유통이 필요 없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안전성과 약동학 특성을 평가하는 국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복약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비만약도 개발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최근 발간한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21개국 4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제형별 선호도에서 경구제형 선호 응답 비율은 62.2%로 높은 선호도와 함께 꾸준히 복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ID110521156'은 임상 1상 톱라인 결과에서 체중 감소, 혈당 강하 등의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단계적 증량(MAD) 시험에서 200㎎ 투여군의 경우 평균 9.9%, 최대 13.8% 체중 감량을 보였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약물 적응을 위한 용량 적정 과정이 없었음에도 메스꺼움·소화불량 등 경미한 수준만 보고됐으며, 임상 중단이나 중도 탈락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동제약은 내년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라며 "국내 제약사들도 단순 체중 감량에서 벗어나 기술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상태나 복용 편의성에 따라 다양한 제형이 공존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며 "개별 환자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제형 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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