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정부가 1일 0시 1분(한국시간 1일 오후 1시 1분)을 기해 7년 만의 셧다운(정부 기능 중단)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셧다운을 빌미로 공무원들의 대규모 해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상원 공화당은 연방정부의 2026회계연도 개시일 전날인 지난달 30일, 7주짜리 임시예산안(CR)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55대 반대 45로 부결됐다. 미 의회에서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하다. 또 이날 민주당이 자체 발의한 임시예산안도 53대 47로 부결됐다. 따라서 새 회계연도 개시일인 10월 1일 전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연방정부는 셧다운에 들어갔다.
이에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정부를 셧다운 시켰다"고 비난했고,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정부 기관들에 보낸 메모를 통해 "(셧다운에) 영향을 받게 되는 기관들은 질서 있는 셧다운을 위한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셧다운이 발효되면서 연방 기관 중 과학 연구기관, 민원 서비스 기관 등 비필수 업무 담당 공무원들은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약 200만명의 군인(국경수비대 포함)을 포함해 필수적 업무로 꼽히는 공무원은 계속 근무하지만,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는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또한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맡고 있는 노동부도 업무에 중대한 차질을 빚으면서 오는 3일 발표 예정이었던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포함해 각종 경제지표들이 예산안 타결 전까지 발표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미국 주요 국립공원은 부분 운영에 들어간다. NBC 방송에 따르면, 국립공원의 야외 공간은 계속 일반에 공개된 채로 운영되지만, 직원 투입이 필요한 워싱턴모뉴먼트나 국립공원 내 방문자센터 등은 폐쇄된다. 국립공원 소속 직원 1만4500명 중 9296명이 휴직에 들어간다. 또 미 내무부는 연방토지레크리에이션촉진법(FLREA)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국립공원은 기본적인 방문객 서비스를 위해 수수료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은 트럼프 1기 이후 7년 만으로, 당시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멕시코 국경장벽을 둔 여야 갈등으로 셧다운이 있었다. 당시 역대 최장 기간인 35일 동안 셧다운이 진행됐는데, 이 기간 동안 미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0.02%인 30억 달러(약 4조22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의회예산국은 집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셧다운으로 연방 기관 직원 약 75만 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간다고 집계했다. 이로 인한 직원들의 임금 손실 규모는 하루당 4억 달러(약 5616억 원)로 추산됐다.
이번에 의회가 예산안 합의를 이루지 못한 배경에는 '오바마 케어(ACA)' 등 의료 복지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ACA 보조금 지급이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은 ACA 보조금 지급 연장과 노령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예산 삭감 복구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공화당은 해당 예산들이 불법 이민자 지원에 사용된다며 보조금 지급에 반대하며 협상이 무산됐다.
따라서 의회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셧다운 기간이 얼마나 계속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81년 이후 연방정부 셧다운은 총 15차례 있었는데 대부분은 1~2일에 그쳤다. 미국 은행 JP모건은 이번 셧다운 기간이 11~15일 이어질 가능성이 70% 가량 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연방조직 감축을 추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을 빌미로 공무원들의 대규모 해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30일 상원 표결을 앞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셧다운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을 정리해고하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아마 민주당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날 미 연방정부 노조는 셧다운 기간 중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백악관 예산관리국을 제소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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