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 무시는 정부인데...수사당국, 국정자원 화재 책임 '기업' 정조준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책임자 수사에 나선 경찰이 관련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 배터리 교체 권고 보고서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가 아닌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찰이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해 LG CNS, LG에너지솔루션, KT 등 관련 설비 및 시설 관리 책임을 맡긴 기업들을 수사하며 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은근슬쩍 기업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IT 업계에 따르면, 국정자원 대전 본원의 화재 배터리가 들어선 무정전·전원장치(UPS) 구축은 2014년 국내 한 중소기업이 수주했다.
 
이 업체는 LG CNS에 하청을 맡겼다. LG CNS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해 UPS 개발사에 납품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2년간 무상 하자 보수를 제공했으며, 이후 하청을 맡은 UPS 개발사가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배터리공급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판매와 함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서비스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의 손을 떠난 국정자원 대전 본원의 배터리 관리는 지난해 6월 정부가 UPS 개발사와 LG CNS에 국정자원 대전본원 배터리 시스템 점검을 발주하면서 다시 LG로 돌아갔다. 

당시 두 회사는 배터리 성능보증 기간인 10년을 초과했으므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조달청을 통한 신규 배터리 발주 등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성능보증 기간이 지났다고 폭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후 배터리는 각종 안전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고서 제출 즉시 교체를 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 역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이후 건물 관리자로 지목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KT는 이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T는 해당 건물의 소유주지만, 관리 업무와는 무관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T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배터리 설비에 관여할 권한조차 없었다.
 
정부는 배터리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노후 배터리를 방치한 책임을 민간 기업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자원은 지난해 KT, NHN, 삼성SDS 등과 민간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이중화(백업) 체계 구축을 논의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2019년 공주에 건설한 백업 데이터센터는 2022년부터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운영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업 데이터센터의 부재는 화재 사고 이후 복구 장기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전산자원 관리를 위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중단된 사업이 많다”며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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