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은(銀)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은이 금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5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은 선물 가격은 지난달 2일 온스당 41.73달러를 넘어서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40달러를 웃돌았다. 은 값은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올라 금(29%), 비트코인(22%)을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은 산업 수요다. 은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산업의 필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전기차 한 대에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두 배 이상의 은이 필요하다. 고밀도 회로 기판과 메모리칩 등에서도 은을 대체할 소재가 사실상 없다.
반면 공급은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다. 은의 70% 이상이 금·구리 등 비철금속 채굴의 부산물로 생산돼 수요 급증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신규 광산 개발도 환경 규제 강화와 자원민족주의 확산으로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은 수요는 생산량을 1억8000만 온스 초과해 사상 최대 공급 부족을 기록했고, 글로벌 재고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 측면에서도 은의 매력은 커지고 있다. 현재 금 1온스를 사려면 은 90온스가 필요할 정도로 은 가격은 저평가돼 있다. 은의 가치는 보통 금-은 가격 비율(금은비)로 나타나는데 금은비가 높다는 것은 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비율은 장기 평균(60~70) 수준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실제 팬데믹 기간 125까지 치솟았던 금은비는 14개월 만에 65로 떨어진 바 있다.
소액 투자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은 가격은 금보다 훨씬 저렴해 소액으로도 실물 은과 은 상장지수펀드(ETF), 은 통장 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가 가능하다. 올 초에는 국내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2톤 규모의 실버바를 사들이면서 일부 은행은 공급 중단 사태을 겪기도 했다.
은 가격이 금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 자금 유입·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기 침체 시 산업 수요 위축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은이 안전자산이자 산업 필수재라는 '이중 매력'을 지니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UBS,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은 가격이 내년 중반 43~44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며 "은 가격은 금 가격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적절히 활용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유용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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