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 사건에 대해 수사 체계를 강화하고 신속·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불법 파견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로 재해가 발생할 경우 구속 수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1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맞춰 중대산업재해 사건의 신속·엄정 처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을 거듭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대검은 우선 이달부터 ‘부장검사 책임수사제’를 도입해 사건 지휘 건의, 영장 청구, 송치 단계마다 부장검사가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울산·인천·수원·서울중앙·대구 등 산재 발생이 잦은 다섯 곳의 검찰청에서 6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검 중대산업재해 전담 연구관과 수사관 인력을 일선 검찰청에 지원해 사건 처리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올해 1~8월 전국에서 처리된 수사지휘 건의 사건은 52건이었으나, 제도 시행 후 2주 만에 32건을 처리했다고 대검은 설명했다.
중요 사건은 전담검사가 노동청 등과 함께 재해 발생 후 5근무일 내에 수사협의회를 열도록 했다. 노동청·경찰과 합동 압수수색을 벌여 초기 증거 확보에 나서고, 중복 수사나 혼선을 막는 차원이다. 초동 수사 단계에서부터 현장 감식과 기관 협력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공소 유지에도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대검은 특히 “비용 절감 목적 등으로 명백한 위험을 방치하거나 불법 파견으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 구속 수사와 중형 구형 등으로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기준 마련 필요성도 공식 제기했다. 현재까지 유죄 판결이 내려진 59건(법인 포함 121명)을 분석한 결과, 경영책임자에게 선고된 형량은 평균 징역 1년 1개월로 법정형 최하한 수준에 머물렀고,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평균 1억1000만 원에 불과했다.
대검 관계자는 “생산량 확대나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동일 유형의 재해가 반복되는 경우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방치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대형 건설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며 법적·제도적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