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총리가 하원의 불신임 투표로 공석이 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최측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39) 국방 장관을 신임 총리에 임명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르코르뉘 장관에 대해 신중함과 절제가 돋보이는 인물로 평가하고 마크롱 대통령 집권 내내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르코르뉘 총리가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신중함과 절제 그리고 유연한 전략가적 성격을 꼽았다. 스스로를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정치적 반대자들을 상황에 따라 비판하거나 유머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능력을 발휘해왔다고 분석했다.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대국민 토론’의 조정관을 맡아 성과를 거둔 것도 대표적 사례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당신의 현실적인 면모라면,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 당선 후 생태 담당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공화당에서 제명되고 이후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에 합류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1기에만 생태 담당 장관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담당 장관, 해외영토부 장관을 거쳤고,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마크롱 대통령 재선 지원 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마크롱 2기 정부에서는 핵심 보직인 국방장관으로 3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 내내 살아남은 유일한 장관이 됐다.
르코르뉘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부분 동행하며 비밀 회의에도 참여해 ‘엘리제 보이즈 클럽’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9월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새 인물을 원했을 때도 마크롱 대통령이 르코르뉘 국방장관을 고수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르코르뉘 총리가 내각 구성 전 이례적으로 정치 예산·정책 타협안을 모색하기 위해 의회 구성원들과 회담을 가질 것을 요청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야당은 또다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총리에 앉힌 것에 반발하면서 하원의 불신임으로 정부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신뢰에 감사를 표하며 국민을 향해 “여러분의 기대를 알고 있으며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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