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탄소섬유 고체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 연대를 다진 김 위원장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과시하며 대미 압박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미사일총국이 화학재료연구원과 함께 전날 "탄소 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9번째를 맞은 이번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은 '개발공정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며, 발동기의 최대 추진력은 1971kN(킬로뉴턴)에 달한다.
시험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대출력 탄소 섬유 고체 발동기 개발이라는 경이적인 결실은 최근 우리가 진행한 국방기술현대화사업에서 가장 전략적인 성격을 띠는 성과"라며 "핵 전략 무력을 확대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험은 김 위원장이 방중 일정을 마친 후 이뤄졌으며, 북한 내부 매체인 노동신문에서는 관련 보도가 간략하게 다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대내보다는 대외용 메시지 성격이 더 크다"며 "미국에 대한 메시지와 관련됐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지난 1일 화학재료종합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 이튿날 통신은 해당 엔진이 화성-19형 계열과 다음 세대 ICBM인 화성-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시험을 마지막 지상분출시험이라고 규정한 만큼 향후 해당 고체 엔진을 이용한 신형 ICBM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 고체엔진을 탑재한 ICBM 화성-20형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보도의) '마지막' 언급은 조만간 고체 엔진의 화성포-20형 시험발사를 예고한 것"이라며 "대미 협상을 앞두고 핵 보유국 인정을 압박하기 위해 연내 시험발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빠르면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 전후, 또는 신형 엔진을 장착한 ICBM을 연내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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