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늪] 건설업 부진 장기화에 주요 축 '흔들'...투자·고용 직격탄

  • 5분기 연속 투자 감소·26년 만의 고용 최대폭 감소

  • 경제 전반 악순환 경고…"국내서 돌파구 찾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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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가 투자와 고용 등 한국 경제의 주요 축을 흔들면서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건설업 부진은 성장률을 직접 끌어내리며 경제 전반의 회복세를 제약하고 있다. 구조적 위기가 본격화된 만큼, 더 이상 국내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2% 감소했다. 지난 속보치 발표 때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뒷걸음쳤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1.4%로 두 자릿수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건설투자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 역시 속보치 -0.4%에서 -0.1%로 상향 조정되면서 2분기 성장률 개선에 소폭 기여했다. 한은은 잠정치 산출 과정에서 6월 건설투자 실적 등 이전 속보치에 포함되지 못했던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감소 폭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마이너스 추세를 벗어나지 못한 채, 건설경기 전반의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가장 크게 낮춘 요인으로 건설경기 부진을 꼽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리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을 깎아 먹은) 가장 큰 것은 건설경기"라며 "건설경기가 지금 상황인 -8.3%가 아니라 0%만 됐어도 성장률이 2.1%가 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건설경기 위축은 각종 경제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기성은 토목 분야에서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지만,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 공사 실적이 감소하면서 건축 부문이 -4.8% 하락했다. 전체 건설기성은 전월보다 1% 줄었다.

고용시장에서도 건설업 부진이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6000명 줄어들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2017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줄곧 200만명 선을 유지해왔던 건설업 취업자 수가 올해 들어 급격히 무너지면서 회복세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에서 6만8000명이 줄었고, 20대에서도 4만3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단순 노무직 근로자가 8만2000명, 상용근로자도 5만6000명 줄어드는 등 단순 일용직은 물론 정규직 수준의 양질의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처럼 건설업 고용이 무너지면서 가계 소득, 소비, 생산을 잇는 경제의 연결고리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가 줄면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결국 생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전체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구조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전망조차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부진이 구조적 한계와 체질적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업은 전망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특성상 개발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용 측면에서도 내국인들은 건설업 종사를 기피하는 반면,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며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도 매우 심하다. 국내에선 돌파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오히려 해외로 나가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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