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韓·日 등 협상 지연·보복 막는 데 관세 필요"…관세 역풍 가시화 조짐도

  • USTR 대표 "협상의 성공 관세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위협에 의존"

  • WSJ "中·러·인도 협력 약속…트럼프의 비정통적 접근 방식에 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판결로 상호관세 효력이 멈출 경우 한국·일본 등 주요 교역국들이 합의 이행을 미룰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도, 브라질 등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에 못이긴 주요국들이 중국·러시아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외교’가 역풍에 직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29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공동으로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한 상호관세 적법성 심판 사건 진술서에서 “현재 미국과 이들 교역 상대국은 이런 프레임워크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해 신속하고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며 “수입을 규제하고 다른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한 관세 부과 없이는 이 중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성공은 관세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믿을 만한 위협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 역시 상호관세에 힘입어 미국이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협상에서 ‘비대칭적’ 합의를 체결할 수 있었다며 “지금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은 “관세 압박은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고, 협상을 질질 끌거나 보복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미국 수출업자들의 경쟁 여건을 더 왜곡함으로써 자기들의 협상 입지를 바꾸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의 노력에 대응하는 능력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루비오 장관은 “IEEPA에 근거한 관세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진술서는 법원 판결이 있기 몇 시간 전 제출된 것으로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같은 날 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하지만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며 상호관세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만 10월 14일까지 효력을 정지해 행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수를 써서라도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은 대통령의 IEEPA 사용 권한을 지지해줄 것으로 자신한다”며 “그 외에도 사용할 수 있는 권한들이 많이 있다. (IEEPA 만큼) 효율적이고, 강력하지는 않지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예로 대통령이 미국에 차별적 교역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국가들에 대해 5개월간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를 거론했다.
 
하지만 관세를 무기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가 점차 역풍에 직면하는 모습이다. 특히 인도와 브라질 등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주요 교역국들이 중국, 러시아 등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1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일방적이고 강압적 조치에 반대한다”면서 “이러한 조치는 식량·에너지 안보 같은 국제 안보 이익을 저해하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정책에 있어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인도가 선언에 서명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갖고 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 러시아, 인도 정상이 손을 잡고 협력을 약속했다”며 이는 “부분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단결의 표현으로, 세계적 문제에 대한 그의 비(非)정통적 접근 방식이 직면한 도전을 강조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신흥국 협력체인 브릭스 정상들은 내달 8일 화상 회담을 갖고 트럼프발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마이클 풀리러브 호주 로위연구소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온화한 대우(8월 15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는 러시아를 중국에서 멀어지게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반면 모디 총리에 대한 그의 거친 대우는 인도를 러시아에 더 가깝게 밀어내고 중국과의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비르 타네자 인도 옵저버리서치재단 부국장은 “톈진 회의는 중국과 인도 관계의 재설정을 의미하며, 인도가 전략적 자율성을 소중히 여긴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워싱턴이 어떤 형태로든 (인도에 대한 압박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의 어떤 총리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는 미국을 향해 ‘우리가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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