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관세와 리쇼어링(제조업 복귀) 추진, 인공지능(AI) 확산 등 여파로 올해 신규 채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청년층 일자리 감소가 심각하다.
3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중 신규 채용은 총 536만7000개로 집계됐다. 지난 7년 중 분기 기준 최저치다.
1분기는 졸업과 학위 취득 등이 몰려 채용 성수기다. 한데 최근 3년 연속 1분기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 2022년 604만5000개, 2023년 604만4000개에서 지난해 582만개로 20만개 이상 줄어든 데 이어 올해 45만개 급감했다.
제조업 일자리 공동화가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신규 채용 중 제조업 비중은 18.8%로 지난해까지 유지되던 20%선이 붕괴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트럼프 관세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침체되면서 새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것"이라며 "한국이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대기업이 신입 공채를 없애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도 일자리 감소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기업 공장을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도 국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EY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산업은 지난 1년간 5만15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전체 자동차 산업 일자리의 7%에 달하는 규모다.
독일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으로 독일 제품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이 올라가면서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르쉐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보쉬, 콘티넨털, ZF 등 전장 업체까지 줄줄이 지출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 자동차 산업도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독일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주니어급 직원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AI가 경영 활동에 본격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신규 채용이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신입 직원 교육을 투자보다 비용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일례로 경력 1~4년 차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SK하이닉스·SK텔레콤이 진행한 주니어 탤런트 공채는 경쟁사와 중견기업 저연차 직원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KT도 AI 사업 확장을 위해 최근 4년차 이하 경력직 공채에 나서 취업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1~3년 차 직원을 교육해 실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획·분석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관례였으나, 교육 시간과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이미 해당 능력을 갖춘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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